미국이 6일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도 같은 규모와 강도로 보복하면서 소비자 부담 상승, 글로벌 교역의 위축과 무역질서 붕괴, 또 이로 인한 대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1차적으로 34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818개 품목에 25% 관세를 물리기 시작했으며 추후 160억달러의 284개 품목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이에 중국도 34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545개 품목에 25% 관세를 물린다고 맞불을 놓았다. <도표 참조>

이번 관세율 25%가 고스란히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의 제조 원가 상승, 수입가격 인상 등으로 양국의 주요 기업과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이 부과한 관세부과 품목은 성격에서 너무나 차이가 나 대조된다. 미국의 중국산 관세부과 품목은 철저하게 산업 부품, 기계 설비, 화학 제품, 항공과 통신, IT(정보기술) 부문 제품에 집중됐다.

반면 중국의 미국산 관세부과 품목은 절대 다수가 미국의 농산품과 축산물 제품들이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인 농민과 수산업, 제조업 기업과 노동자들을 겨낭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관세 부과에서 미국 소비자들이 완제품으로 구입하는 중국 제품, 예를 들어 신발이나 옷, 소비제품은 거의 없다. 미 당국이 소비자에게 미칠 여파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중이 보인다. 그러나 이들 많은 산업 부품과 기계 설비의 경우 가전 등 소비제품에 부품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제조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결국 미국 소비자들이 더 비싼 가격을 부담해야 한다. 이들 가전제품의 가격이 정확하게 얼마나 올라갈지 알기 어렵지만 업체가 관세 부담을 모두 소비자에게 넘긴다면 최대 25% 인상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미소매업연맹(NRF)의 조너선 골드는 분석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부과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은 미국 소비자에게 직격탄이 됐다. 연초부터 등장한 철강, 알루미늄, 세탁기 관세 여파로 판매 가격이 줄줄이 인상된 것이다. 세탁기 평균 가격은 최근 3개월에 걸쳐 17% 오른 것으로 월스트릿저널(WSJ)은 분석했다. 앞으로 미국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가전제품과 소비제품, IT 제품, 자동차, 항공 티켓, 열차 티켓 가격 등이 오를 수 있다. 자동차 시장도 충격이 우려된다. 철강 관세 25% 때문에 3만5,000달러짜리 자동차는 175달러가 비싸질 수 있다고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이 언급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소비자 피해가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로도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공격을 받는 중국, 유럽연합(EU), 멕시코, 캐나다 등이 일제히 보복관세를 예고한 만큼 각국 소비자들은 광범위한 쇼핑 목록을 놓고 지갑 사정을 고민해야 할 처지가 됐다. 특히 이들 상대국이 미국에 경고한 맞불 관세 대상 품목은 오렌지, 위스키, 땅콩버터 같은 먹거리부터 청바지, 오토바이까지 소비재가 다수를 차지한다.

■중국서 생산 아이폰도 관세 부과하나

이번 무역전쟁에서 미국 IT 대표 주자인 아이폰이 관세부과를 피해갈지 관심사다. 애플이 중국에서 만든 아이폰에 관세가 부과된다면 생산 단가 인상, 미국 등 해외 아이폰 판매가 인상, 중국 내 입지 약화 등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미국이 6일부터 시행한 1차 관세 대상에서 아이폰 제품은 빠졌다. 일각에선 아이폰의 향후 관세 면제설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뉴욕타임스(NYT)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5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중국산 아이폰의 관세 면제를 약속받았다고 보도했다.

앞서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은 애플이 소비자에게 관세 부담을 넘길 경우 아이폰 가격이 800달러에서 960달러로 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서 생산되지만 미국 기업인 애플이 피해를 당하지 않게 아이폰에 관세를 면제해줄 것이라는 전망이 일고 있는 이유다. 또한 아이폰 가격이 오를 경우 미국 소비자에게 직격탄이 돼 미국인들의 원성을 사기 때문에 정치적인 차원에서 면제를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