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밥 딜런 묵었던 호텔 객실 문 “역사적 물건” 12만달러 팔려
▶ 횡재 꿈꾸는 수집가 많지만, 대부분 고물은 고물일 뿐
쓰러져가는 뉴욕 호텔을 보수하느라 객실의 낡은 문짝들을 떼어내고, 스프레이 페인트로 X자 표시를 해서 버렸다면 그 문짝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대부분 쓰레기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그 문 안에서 밥 딜런이 묶었다면, 그래서 밥 딜런 문이라면 가치는 자그마치 12만5,000달러가 된다.
그렇다면 1950년대 민권운동가들이 드나들던 다 쓰러져가는 집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최소한 100만 달러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저 없이 버릴 고물들을 보물처럼 간직하는 사람들이 있다. 허접쓰레기 같은 것들을 피카소나 르노아르 작품처럼 소중하게 모시는 것이다.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정체가 아리송한 고물들에 대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아울러 전 세계의 수집광들이 온라인으로 연결되는 시대이다. 그러니 고물들을 가지고 있다 보면 언젠가 그것들이 정말로 보물이 될 가능성이 영 없는 것은 아니다.
“거의 하루도 빼지 않고 사람들이 흥미로운 소장품들을 들고 찾아온다”고 거언지(Guernsey‘s) 경매회사의 알란 에팅거 회장은 말한다. 거언지는 비전통적 고물들을 경매하는 곳으로 평판이 높다. 일반 대중들이 흥미를 가질 것 같은 물건이 있으면 무엇이든 경매에 붙이는 것이다.
이달 말 거언지는 흑인 문화와 역사에 관련된 많은 물건들을 경매에 붙일 계획이다.
예를 들면 잭슨 5의 첫 음반 계약서라든지, 말콤 X의 자서전 원고뭉치, 로사 팍스의 유언장 등이다.
흑인 인권운동의 불을 지폈던 로사 팍스 여사가 남부를 떠나 디트로이트에 정착하면서 살았던 집도 경매에 들어간다. 경매 시작 가격은 100만달러. 그 집은 독일로 옮겨졌다가 다시 가져오면서 뉴욕 인근 2개의 선적 컨테이너에 보관되어 있다.
출처와 경매 기록이 확실한 미술품들과 달리 애매한 역사적 물품들의 가치는 종잡을 수가 없다. 앞으로 가치가 어떻게 변할 지도 알 수 없다.
지난 4월, 거언지 경매에는 첼시 호텔에서 나온 낡은 문 52개가 나왔다. 뉴욕의 랜드마크인 첼시는 예술가들과 작가들이 그곳에 묵으면서 유명해졌다. 그 호텔이 보수공사를 하면서 낡은 문짝들을 모두 폐기했다. 그런데 과거 그 호텔 손님이자 현재는 노숙자인 짐 조르주라는 남성이 문들을 모두 수거해 그 문이 있던 객실에서 누가 묵었는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두 형편없이 망가지고 금이 가고 X자로 폐기 표시된 이들 문은 거언지 경매에서 어느 훌륭한 새 문보다 높은 가격에 팔렸다. 싱어 송 라이터 재니스 조플린과 레너드 코헨이 하룻밤 같이 지냈던 방의 문은 10만6,250달러, 화가 앤디 워홀의 문은 6만5,225달러,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의 문은 1만6,250달러 등이다.
폐기된 고물이 장차 어떤 가치가 있을 지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언젠가 엄청난 가치가 있으리라는 기대로 허접 쓰레기를 안고 있는 것은 50년 기다려야 추첨되는 복권을 사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하와이의 재정 심리학자인 브래드 클로츠는 말한다.
“승률이 대단히 낮은 도박 같은 것인데 이 경우는 보관창고와 엄청난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것이지요.”
이런 사람들 중에는 저장강박증이 의심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인다. ‘앤틱 로드쇼’ 같은 TV 프로그램들이 고물들에 대해 잘못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고 그는 지적한다.
한편 회전목마는 과거 손으로 깎아 만든 나무 동물 조각들을 썼었다. 그러다가 몇 십년 전 현대적 탈거리로 모두 교체되었다. 그 나무 조각들을 거의 90개나 수집한 남성이 있었다. 1980년대 초 거언지가 이를 경매에 붙였다. 딸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경매에 내놓은 그는 목표액이 3만달러였다.
경매로 벌어진 돈은 100만달러가 넘었다. 20세기 초반 회전목마 회사를 운영했던 대니얼 멀러 같은 유명 조각사가 만든 것일 경우 오늘날 회전목마 말은 한 마리 가격이 10만달러를 넘는다. 이들 조각은 수공예품 박물관들도 관심을 가지면서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가격이 뚝 떨어지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메이저리그 야구선수 마크 맥과이어의 기록적 70회 홈런 야구공은 1999년 경매에서 300만달러에 팔렸다. 야구 관련품목으로 기록적 액수였다. 하지만 이후 스테로이드 사용 논란으로 그의 명성에 금이 가고 배리 본즈가 2001년 73번째 홈런을 날리면서 맥과이어의 70번째 홈런 공은 이제 별로 가치가 없게 되었다.
한편 스포츠 기념품 전문 회사인 스타이어 스포츠의 브랜든 스타이너 사장은 구 양키 스타디움을 말 그대로 탈탈 털어 팔았다. 의자, 표지판들은 물론 벽돌이며 흙, 야구장 잔디까지 모두 팔았다.
“사람들이 마지막 경기를 한 구장의 잔디를 한조각씩 갖고 싶어 할 거란 걸 알았습니다. 잔디 팔아서 100만달러 이상을 벌었습니다.”
흙도 그 못지않았다. 그는 흙을 그림이나 사진틀, 컵받침, 펜, 그외 수집용 기념품들에 넣어서 개당 25달러에서 1,000달러 이상에 팔았다. 그렇다고 그것들이 나중에 큰 가치가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그는 말한다.
고물들이 나중에 큰돈이 되는 경우가 없지는 않다. 멤피스의 사업가 래리 모스는 수천 점의 고물들을 사 모았다. 그 중에는 대통령이 사인하고 취소한 수표들도 있고, 엘비스 프레슬리 관련 물품들도 많이 있었다. 그중 2개는 정말로 가치 있는 물건들이었다. 1968년 프레슬리가 TV 컴백 특집공연에 입고 나온 흰색 양복 그리고 그가 사용했던 피아노이다.
1990년대 후반 사업이 부진하면서 그는 1년 반 동안 봉급 없이 버텨야 했다. 그 때 그 두 물품들을 팔고 가족의 지원을 받아 그는 살 수 있었다. 어려운 시기를 엘비스 덕분에 잘 넘겼다고 그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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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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