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F 시정부, 사내 카페테리아 금지추진
▶ 감세혜택 주며 유치한 기업들, 직원 식사 등 모두 자체 해결

샌프란시스코 미드 마켓 지역의 수퍼마켓 겸 푸드코트인 더 마켓. 마켓 위층에는 트위터 본사가 입주해있다. 샌프란시스코는 앞으로 들어설 건물들에 직원용 카페테리어를 금지하는 시조례를 추진 중이다. [Jason Henry - 뉴욕타임스]

샌프란시스코의 트위터 본사. 회사 카페테리어에서 무료 점심을 제공하기 때문에 직원들은 밖으로 나갈 일이 없다. [Jason Henry - 뉴욕타임스]

“전국 곳곳에서 수퍼마켓을 운영해보았지만 이곳처럼 힘든 곳은 없다”고 더 마켓의 파트너인 마이클 코헨 사장은 말한다. [Jason Henry - 뉴욕타임스]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의 테크놀로지 기업들은 바깥세상과는 담을 쌓은 채 섬처럼 고립되어 있다. 드라이클리닝, 체력 단련장, 병원, 셔틀 버스 그리고 그 지역 유명 식당들에서 모셔온 최고의 셰프들이 만든 풍성한 공짜 식사까지 모든 것이 자체 해결이다. 이를 보다 못한 시정부 관리들이 성벽을 무너트릴 태세이다. 공짜 식사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지난주 샌프란시스코 시 수퍼바이저들은 새로 건축하는 회사 건물들에 대해 직원 카페테리아를 금지하는 시조례안을 상정했다. 이 조례안이 통과할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시정부가 테크놀로지 산업의 굳건한 전통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조례안의 취지는 텍 기업 직원들이 카페테리아에서 공짜 점심을 먹는 대신 주변의 식당들로 나가게 만들려는 것이다. 실리콘 밸리에서 북상하고 있는 테크놀로지 회사들이 샌프란시스코 도시생활에 적응하게 만들려는 시정부 지도자들의 시도이다.
홍수처럼 새로 밀려드는 텍 분야 직원들과 기존의 주민들이 치솟는 생계비로 인해 고전하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이 이슈는 다분히 감정적인 것이다. 종종 “텍 기업에서 일하는 가진 자들 대 그 외 모든 사람들”로 정의되는 샌프란시스코의 소득 불균형은 미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원 베드룸 아파트 월 렌트비가 평균 3,258달러. 중간 주택가격은 얼마 전 160만 달러로 뛰어 올랐다.
샌프란시스코 수퍼바이저 위원회는 신규 카페테리아 금지안을 오는 가을에나 심의할 예정이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이미 찬반으로 첨예하게 갈렸다.
카페테리아 금지안은 아론 페스킨과 아샤 사파이 두 수퍼바이저가 발의했다. 페스킨은 “이건 텍 사원들을 적대시 하는 게 아니라 그들을 위한 것이다. 그들이 이 커뮤니티로 들어와 융화하게 하려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테크놀로지 기업들이 교외의 캠퍼스를 떠난 것은 직원들이 도시에서 일하고 싶어 해서였습니다. 그런데 도시로 옮겨와서는 다시 장벽을 두르고 고립된 캠퍼스들을 만들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페스킨의 조례안은 텍 기업들에게 제공된 세제혜택과도 상관이 있다. 지난 2011년부터 시정부는 미드 마켓이라고 불리는 슬럼지역에 기업들이 이주할 경우 직원봉급과 스탁 옵션에 대해 감세 혜택을 주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시청사에서 가까운 이 지역에 기업들이 일자리와 투자를 몰고 오리라는 기대로 만들어진 정책이었다.
몇 년 사이, 트위터, 스퀘어, 우버 같은 기업들이 미드 마켓으로 들어왔다. 이에 따라 식당들과 상점들이 문을 열면서 지역 주민들은 잔뜩 흥분했지만 결과는 기대에 영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트위터 본사 주변 거리에서는 공공연하게 마약을 사용하는 일이 여전히 빈번하고, 개업했던 대형 식당들 중 몇몇은 이미 떠났다. 손님들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 건물 바로 몇 층 위에서, 트위터 직원들은 널찍한 회사 카페테리어에서 공짜 식사를 즐기고, 경비가 철저해서 길거리의 온갖 문제들은 1층에서 차단된다.
“지역 활성화를 위해 거대한 감세혜택을 주었는데 이들은 자신들만의 왕궁 안에 들어가 장벽을 쌓고 있는 겁니다.”
새로운 조례안은 기존의 카페테리아에 대해서는 예외를 적용한다. 그러니 지금 사무실에서 식사를 제공하는 회사 직원들은 그 혜택을 그대로 받는다. 하지만 앞으로 새로 세워지는 회사 직원들은 밖에 나가서 식사를 하거나 도시락을 싸와야 한다.
“누구의 점심도 빼앗는 건 아니다”라고 페스킨은 말한다.
텍 기업들의 고립성을 깨려는 것이 샌프란시스코만은 아니다. 인근의 마운틴 뷰 시 관리들도 올가을 문을 여는 페이스북의 새 캠퍼스에서 무료 음식 제공을 금지했다.
텍 기업들이 공짜 식사 등 혜택을 제공해온지는 오래 되었다. 주된 이유는 직원들을 사무실에 오래 잡아두고 더 오래 일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회사가 교외지역에 있을 때 초호화 카페테리아는 사실 말이 되는 것이었다. 건물 주변에 주차장만 있을 뿐 식사 하러 갈 곳이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이들이 사원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전에 없던 규모라고 스탠포드 대학, 실리콘 밸리 기록보관소의 역사 전문가인 레슬리 벌린은 말한다.
사원들이 자신들의 생태계 밖으로는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는 이런 추세로 인해 무엇을 상실하게 되는 지를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시정부가 공짜 점심을 겨냥하는 것은 무슨 정책이라기보다 시의 문제에 대한 희생양 찾기라는 시선도 있다. 트위터가 들어오기 오래 전부터 샌프란시스코는 마약 문제와 노숙자 문제로 골치를 앓아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컴퓨터 프로그래머면 누구나 부자라는 생각은 잘못이라고 그들은 지적한다. 샌프란시스코의 생활비가 너무나 비싸다 보니 대부분은 결코 부자가 아니라는 말이다.
한편 식당 주인들은 회사 카페테리아 때문에 식당들이 살아남지를 못한다고 말한다. 미드 마켓 한 가운데, 트위터 본사가 있는 건물 아래층에는 더 마켓이라는 푸드 코트가 있다. 수퍼마켓이자 작은 바, 샌드위치 판매대, 와인 바, 말레이시아 식당 등이 갖춰져 있다. 하지만 공짜 점심과 경쟁하기에는 한참 모자란다.
더 마켓의 운영 파트너인 마이클 코헨은 몇몇 텍 기업 카페테리어에 직접 가보았다고 한다. 가보니 사람들이 공짜 점심만 먹는 게 아니라 과일, 간식, 음료 등 집에 가서 먹을 것까지 챙겨가더라는 것이다. 더 마켓의 장사가 될 리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인근 치안은 불안하니 장사하기 이렇게 어려운 곳은 처음 봤다고 그는 말한다.
한편 텍 종사자들은 공짜 점심이 호화 혜택이라기보다는 필요라고 말한다. 공짜 점심 먹으며 돈을 아껴야 샌프란시스코의 비싼 렌트비를 내면서 살 수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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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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