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자본 전쟁터된 한국, 완제품부터 원초 구매까지
▶ 중국·동남아 업체들도‘군침’, 국내는 영세업체가 대부분
# 편의점 인기 제품 가운데 하나가 ‘삼각김밥’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일본 업체가 삼각김밥에 사용되는 김을 공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고젠’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2002년 ‘고젠코리아’를 설립한 뒤 삼각김밥용 김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삼각김밥용 김 시장에서 고젠의 점유율이 상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 내 3위인 ‘성경김’ 역시 외국계 사모펀드가 인수했다.
한국 김 시장이 ‘글로벌 회사의 전쟁터’로 변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김 양식이 가능한 나라는 한·중·일 3개국에 불과하다. 이 중 한국은 김 양식 종주국이자 최대 생산국으로, 한국산 김은 세계 시장에서도 품질이 좋고 풍미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 1위 김 업체인 ‘코아사(Koasa)그룹’이 한국 법인을 설립하는 등 외국계 자본이 국내 시장에서 소리 소문 없이 영역을 넓히는 이유다. 한국 내 업체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중국 김 업체들도 한국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며 “완제품은 물론 원초 구매에서도 외국 자본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 커지는 김 시장 … 투자 늘리는 외국자본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해외에서 김이 건강 간식으로 인식되면서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2017년 한국해양수산부가 발표한 국내 김 수출 동향에 따르면 일본으로의 수출액은 48%, 중국은 30.5%, 미국은 23.1%나 증가했다. 이 외에 러시아와 독일, 동남아시아 등 다양한 지역에서 김을 수입하기 시작하면서 한국이 김을 수출하는 국가도 2007년 49개국에서 109개국으로 늘었다.
전 세계 시장에서 한국 김의 인기가 높아지자 외국계 자본의 입질도 늘어나고 있다. 일본에 이어 중국 업체들이 한국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특히 중국 업체의 경우) 한국에서 고품질의 원료를 조달하고 가공·생산 노하우를 배워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라며 “외국 자본 진출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은 전 세계 마른김의 50%를 생산하는 김 수출 대국이다. 최근에는 글로벌 성장세에 주목한 일본과 중국 및 동남아 기업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 영세한 국내 시장…품질 등급도 없어
외국 자본이 눈독을 들이고 있지만 한국 내 김 시장은 저가 경쟁에 골몰해 고급 김 시장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내 김 제조업체는 270여 개다. 10인 미만 소상공인 수준의 영세기업부터 CJ제일제당과 동원, 대상, 풀무원, 사조 등 대기업들도 김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수직적으로 분업화된 산업구조 탓에 대부분의 양식어가·가공업체가 영세한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신제품 개발 등 연구개발(R&D)에 투자할 역량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김 품질 등급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경쟁국인 일본이 반찬용 김과 초밥용 김, 간식용 김 등 종류를 세분화하고 품질 등급 관리에도 힘을 쏟는 것과 대조적이다. 김 양식 종주국이면서도 김 종자 대부분을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는 것도 아이러니다.
한국 내에서 김 종자를 연구하고 보존하고 있는 업체는 CJ제일제당이 유일하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세계 김 시장 1위 자리를 지키려면 새로운 고부가가치 김 가공제품 개발 및 전략적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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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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