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주 ‘단기실적 압박’ 경원, 성장 둔화·산업구조 변화도 원인
▶ 거액 투자 중후장대 산업 둔화·획기적 아이디어 필요한 IT활황도 배경

일론 머스크 미국 테슬라 사장[AP=연합뉴스]
세계적인 자금 잉여를 배경으로 기업과 시장의 관계가 변화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미국 테슬라 사장의 상장폐지 검토 발언 소동에서 보듯 상장폐지를 선택하는 기업이 늘면서 전세계 상장기업 수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각국 증권거래소들은 기업을 시장에 붙들어 두기 위해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세계의 상장기업 수는 2000년대 중반부터 뚜렷한 정체 기미를 보이고 있다. 세계은행과 일본 다이와(大和)종합연구소 등에 따르면 전세계 상장기업 수는 2017년 현재 약 4만5천개로 최고 였던 2015년에 비해 500여개사 이상 감소했다.
29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상장기업 감소는 주로 선진국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8천개사를 넘어서 사상 최고를 기록했던 1996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서 작년에는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인도와 중국에서 상장기업이 늘고 있지만 유럽과 미국의 감소세를 따라잡지 못해 전체적으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감소 이유로는 단기실적을 강조하는 투자가들의 압력과 상장기업에 부과되는 엄격한 규정을 경원해 스스로 상장폐지를 선택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점이 꼽힌다.
지난 7일 트위터에 "주당 420달러(약 47만 원)에 비상장사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자금은 확보돼 있다"는 글을 올려 월가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가 24일 철회 소동을 빚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상장폐지 검토 이유를 "되도록 단기적인 실적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대표적 보석업체인 다사키는 고급 브랜드 거리인 영국 런던 '뉴 본드 스트리트'에 진주와 다이아몬드 외에 시계, 의류잡화 등의 구색을 갖춘 유럽 거점 연내 개업을 추진하고 있다. 다사키는 작년에 경영진이 참가하는 M&A(기업인수·합병) 방법의 하나인 MBO(Management Buyout)를 통해 기업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런던 거점 설치 등 단기적으로 경영악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대형 투자결정을 쉽게 하기 위해서다. 다사키사는 "중·장기적인 시점에서 성장전략을 추진하는데는 기업을 비공개화하는게 유효하다"고 밝혔다.
2016년에 상장을 폐지한 유력 혼수업체 노바레제(NOVARESE)의 마스야마 데루토시(増山晃年) 이사는 "경영 자유도가 높아져 수지가 맞지 않는 사업을 재정비 하는 등 경영판단의 속도가 빨라졌다"고 말했다.
상장폐지 등을 통한 기업 비공개화의 장점은 개인 등 불특정다수 주주와 주가변동에 휘둘리지 않는 경영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오쓰카 히로유키(大塚博行) 칼라일 재팬 디렉터는 "단기적인 주가변동에 신경을 쓰는 투자가가 늘어 중·장기적인 성장을 추진하려는 경영자와의 괴리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세계적인 자금잉여 현상도 이런 움직임을 부추기고 있다. MBK파트너스의 가가사 겐이치로(加笠研一郎) 대표이사는 "저금리로 펀드에 거액의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거액의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펀드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기업이 굳이 자금조달을 위해 상장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물론 상장기업 수 정체가 어제, 오늘 시작된 것은 아니다. 1990년대에 연간 2천개가 넘는 추세로 늘던 상장기업 수는 2000년대 중반부터 정체 기미가 뚜렷해졌다. 간과할 수 없는 게 세계 경제의 구조변화다. 2000년대 이후 선진국은 1~2%대의 저성장이 일반화됐다. 산업구조 변화도 두드러진다. 공장건설에 거액의 자본이 필요한 자동차나 제철 등 중후장대 산업의 성장이 둔화하고 대신 "성장이 기대되는 핀테크나 공유(셰어링) 서비스업이 활발해 졌다"는게 오타 다마미(太田珠美) 다이와종합연구소 주임연구원의 설명이다. IT(정보기술) 기업에는 시장에서 성장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일보다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인재를 발굴하는 게 더 중요하다.
니혼게이자이는 상장기업 수 감소가 리먼 사태 이후의 금융위기 뿐만 아니라 이런 투자수요감소와 자금잉여, 성장률 둔화와 산업구조 변화 등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이런 흐름은 앞으로도 장기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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