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톈안먼 성루 공들여도 돌아온 건 사드 보복 잊지말아야
▶ 중국 정치·경제 위기 시간 문제, 차이나 리스크 예의주시
신기욱 스탠포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
미국 내 최고의 아시아 전문가로 정평이 난 신기욱(사진) 스탠포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은 “한국이 중국의 눈치를 보며 잘 보이려 한다고 해서 중국이 한국을 대우하지는 않는다”며 ‘차이나파워’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한국이 대 중국 관계를 전략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한미동맹이 지렛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소장은 지난 1983년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유학길에 올라 워싱턴주 시애틀의 워싱턴대에서 사회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아이오와대와 UCLA 교수를 거쳐 2001년 스탠포드대 교수로 임용된 그는 스탠포드대에 처음으로 한국학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2005년부터 스탠포드대 아태연구소장을 지내며 한반도 문제는 물론 아시아의 정치·사회·역사에 두루 정통한 전문가로 워싱턴DC에서도 인정받는 석학이다.
신 소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미동맹이 굳건할 때 중국이 한국을 무시하지 못한다”면서 “북한이 미국과 협상하기에 앞서 대중 관계를 복원하고 이를 지렛대로 쓰는 전략적 마인드를 배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힘이 막강해졌지만 아직 우위에 있는 미국의 영향력을 한국이 대중 관계의 발판으로 적극 이용하자는 얘기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이 톈안먼 성루에서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을 참관하며 중국에 큰 공을 들였으면서도 북핵 문제에서 협조를 얻기는커녕 오히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만 당한 것이 ‘중국 눈치 보기’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그는 지적했다.
신 소장은 “중국위협론(China Threat)에 근거해 중국이 더 강해지기 전에 견제해야 한다는 생각이 워싱턴 등 미국에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냉전시대의 옛 소련과 달리 중국은 아직 미국과 1대1로 맞대결할 만한 힘은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이 국방비 지출 등 군사력 면에서 아직 미국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데다 경제혁신이나 과학·기술 수준에서도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먼 상태”라고 설명했다.
신 소장은 특히 “냉전 이후 미국이 주도한 세계 질서에서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은 나라가 중국이며 중국은 미국을 대체할 수도 없고 그럴 의도 또한 현재로서는 없다”면서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분쟁에 있어 전면전을 피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입장에서도 미중 무역전쟁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유권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크게 작용한 만큼 미중 간 무역이나 환율분쟁이 계속 이슈화할 가능성은 있어도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적고 적정선에서 해결될 것이라는 게 신 소장의 관측이다.
다만 미중 간 무역전쟁 때문에 중국이 북한 비핵화 이슈에 미온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간과할 수 없다. 신 소장은 “비핵화 협의는 기본적으로 미국과 북한이 당사자여서 중국의 역할은 제한적이고 중국의 대북 제재 완화도 유엔이나 미국의 감시가 삼엄한 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미북 간 대화 국면이 다시 압박과 제재로 전환될 경우에는 중국의 협조가 한결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신 소장은 주요2개국(G2)으로 불리는 미중 관계의 본질에 대해 “전면적 갈등이나 충돌보다는 경쟁적이고 대립적인 한편으로 협력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미중 간 충돌이 일어날 분야와 지점을 잘 파악해서 선제적으로 위험요소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신 소장은 아울러 “정부가 미중 간 충돌지점이나 협력 분야를 파악하기 용이한 만큼 기업들의 대처 역량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차이나 리스크’를 예의 주시할 것도 주문했다. 중국이 지난 20년 넘게 고속성장을 하면서 누적돼온 경제·사회·정치적인 문제가 위기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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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손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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