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승사(주지 설두 스님) 법회 중 금강경을 함께 읽는 장면.
사구계 하나라도 스스로 지니고 읽고 외우고 남에게 일러주면 그 복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고 한다. 금강경에 나오는 말이다. 그렇다면 부처님 가르침, 즉 경전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어떤 이들은 자나 깨나 일어서나 앉으나 일할 때나 쉴 때나 읽고 암송하고 반복한다. 그것이 지나쳐 하루에 00경 몇 번 암송하기 같은 동아리가 있을 정도다. 어떤 이들은 횟수보다 간절함이 중요하다며 자신의 마음에 한 땀 한 땀 새기듯 숙독하는 것을 선호한다.
미국 불자들은 어떨까. 라이언스 로어(Lion’s Roar, www.lionsroar.com)가 최근 흥미로운 글을 실었다. 담마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How to Read Dharma)라는 제목의 8월31일자 기고문이다. 필자(Judy Lief)는 이 글에서 경전읽기를 명상 및 실천행과 조화를 이루는 3중주-선(禪) 교(敎) 행(行) 3중주-의 한 요소로 파악하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글 첫머리에 “어떻게 우리는 담마(법), 즉 부처님 가르침과 하나가 될까?”라고 자문한 필자는 곧 “하나의 길은 명상(禪)을 통해서, 다른 길은 부처님 가르침 공부(敎)를 통해서, 또다른 길은 우리의 실천(行)을 통해서”라고 답한 뒤 “명상, 경전공부, 실천행이란 3요소는 서로 견제와 균형의 탁월한 시스템으로 담마가 우리의 삶 구석구석에 스며들도록 해준다”고 지적했다.
필자는 이어 “서구의 불자들 사이에서 명상(禪)은 경전공부(敎)나 실천행(行)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는다”면서도, “경전공부와 명상은 역동적인 듀오로서, 무분별해지면 명상으로 자신을 추스를 수 있고, 방만해지면 경전공부로 자신의 명상체험에 명확성을 주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명상과 경전공부를 통해 의식과 자비심을 키우는 건 좋지만, 진정한 시험은 실제생활에서”라며 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자신이 “능동적 독경(active reading)”이라고 이름붙인 단계별 경전공부 방법을 제시했다.
▷신선한 시작: 짧은 텍스트 또는 긴 텍스트의 짧은 부분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읽기 전에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호흡하며 긴장을 푼다. 자기의심, 안다 하는 자만심, 타인에 대한 공격성 등 경쟁심에 불타는 학생같은 태도를 버리고 신선하고 걸림없이 시작하라.
▷필링 얻기: 전체를 통독한다. 다시 큰소리로 읽는다. 의미포착을 위해 너무 애쓰지 않는다. 다시금 보면서 논리구조를 발견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누군가 뭘 읽느냐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까 상상해본다.
▷더 파고들기: 한 번에 한 단락 또는 한 절씩 읽고 자문한다. 이 문장이 실로 가리키는 바는? 이 말이 타당한가? 내 경험과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 이 용어와 개념은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 정말 이해하고 있는가? 본문의 기초가 되는 가정은 무엇인가?
▷가르침 체화: 자신에게 와닿는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자신의 언어와 몸짓, 행동, 그림으로 표현해보라. 하나의 가르침이 자신의 일부가 될 때 나타나는 미묘한 변화를 알아차릴 것, 자신이 읽은 것을 그대로 읊는 것과 자신의 목소리로 표현하는 것의 차이를 알아차릴 것. 결론을 내기 전에 짧은 휴식을 가진 뒤 텍스트를 한 번 더 읽는다. 그리하여 텍스트가 자신의 마음에서 강처럼 흐르게 한다.
<
정리-정태수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