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확인조사-지급시 기간 시차 생겨, 연금만큼 생계급여 삭감…
▶ 기초연금 인상 ‘그림의 떡’, 관리체계 허술·수급자

한국 내 빈곤층 노인들의 삶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5월 경북 구미시의 한 원룸에서 20대 아빠 A씨와 생후 16개월짜리 아기가 쓸쓸히 숨을 거뒀다.
“세입자가 며칠째 연락을 받지 않는다”는 관리업체 직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가서야 발견됐다. 발견 당시 A씨와 아기는 매우 야위어 있어 A씨는 병환으로 숨지고 아기는 돌봐줄 사람 없이 방치됐다가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에서 홀로 사는 68세 B씨의 한 달 수입은 50만원이 전부다.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통해 받는 생계급여비다. B씨는 65세 이상이면서 소득 하위 70%에 해당해 기초연금도 20만원 받을 수 있지만 실제 손에 쥐지는 못한다.
기초연금이 소득으로 인정되는 탓에 생계급여가 그만큼 깎여서 들어오기 때문이다. 앞으로 기초연금이 아무리 올라도 B씨에게는 남의 일이다.
세 모녀가 소득이 없는데도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른바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4년.
한국정부가 기초 생활보장 제도를 뜯어고치고 각종 현금복지를 확대하는 등 사회 안전망 확충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복지 사각지대는 여전히 넓다.
10일 관계부처와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정부가 순수 복지예산 210억6,000만원 가운데 기초생보·기초연금 등 비기여적 현금급여 복지사업에만 41조원(19.5%)을 투입했지만 노인 빈곤가구의 절반가량이 생계급여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복지 확대 기조에 따라 현금복지사업도 급증하는 추세다.
내년부터 추가로 인상되는 기초연금(11조4,952억원), 아동수당(1조9,271억원) 등을 감안하면 내년도 현금복지예산은 25조8,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적으로 잡아도 증가율이 18.9%에 달하는 것이다.
올해 총지출 증가율(9.7%)은 물론 전체 복지예산 증가율(12.1%)의 1.5배를 뛰어넘는다.
복지 서비스가 성숙함에 따라 현금복지도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문제는 복지사업 구조와 전달체계의 허점이다.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기준중위소득이 30% 이하인 노인가구 중 생계급여를 받는 가구는 47.6%에 불과했다.
의료·기타급여 수급가구도 49.4%였다. 연 10조원가량의 예산이 기초생활보장에 들어가지만 노인 빈곤가구 절반이 가장 기본적인 소득보장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기초생보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의 체감도는 차갑다.
예정처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11월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에 따라 생계급여 예산을 추경으로 135억원 증액했지만 실제로는 489억원이 불용됐다.
월별로 지급하는 생계급여와 반기별로 이뤄지는 정기 확인조사 간의 시차 때문이다.
기껏 기준을 완화하고 돈을 편성해도 실제 지원까지는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줬다 빼앗는’ 기초연금 문제도 여전하다. 정부는 내년부터 소득 하위 20% 노인에 대해 기초연금을 25만원에서 30만원으로 앞당겨 인상하기로 했다.
하지만 실제 빈곤노인의 삶은 조금도 달라질 것이 없다. 현재 생계급여를 받는 중위소득 30% 이하 노인도 기초연금을 받을 수는 있지만 다음달 생계급여에서 전액 삭감되기 때문이다.
기초연금 수급자인 66세 김모씨는 “정부에서 기초연금을 30만원으로 올려준다지만 생계급여를 받을 만큼 정말 어려운 노인들은 오히려 못 받는다”며 “나도 어렵게 살지만 내 기초연금을 떼서라도 그분들에게 주는 게 맞는 정책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술한 지급·환수 관리체계도 고질적인 문제다. 기초생보 급여 부정수급·과오납 금액은 2017년 207억9,400만원으로 2015년(151억2,000만원)에 비해 크게 늘었지만 환수율은 반대로 65.7%에서 39.9%로 떨어졌다.
거듭된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부기관의 공적 자료조차 제때 활용이 안 되는 결과다.
전문가들은 현금복지를 늘리는 것도 좋지만 복지 전달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지방자치단체 사회보장사업은 총 13만7,262개에 달한다. 정부가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지만 어떤 사업이 있는지 담당자조차 모른다는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세부 사업이 지나치게 많아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모른다”며 “각종 수당을 덕지덕지 만들기만 할 게 아니라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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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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