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H.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
두 사람은 1989년 12월2일과 3일 이틀에 걸쳐 이탈리아 남쪽 지중해의 작은 섬나라인 몰타(Malta)에 정박한 여객선 막심고리키호에서 만났다. 동유럽의 민주화와 전략 핵무기 등 군비 축소, 경제협력 등이 포괄적으로 논의됐다.
양국 정상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세계는 냉전 시대를 벗어나 새로운 시대로 들어섰다”고 공식 선언했다. 냉전 종식의 신호탄이자 현대사를 바꾼 한 장면으로 기록된 이른바 ‘몰타 회담’이다.
몰타는 지중해의 보석으로 불린다. 아름다운 바다와 연중 화창한 날이 300일 이상 계속되는 쾌적한 날씨, 고대 유적지로 유명하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는 오디세우스와 칼립스가 만난 장소, 성경에서는 바울이 로마로 압송되다 표류한 곳으로 기록돼 있다.
이런 역사적 배경과 유물 때문인지 글래디에이터, 트로이, 왕좌의 게임 등 고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가 많이 촬영됐다.
몰타는 지중해의 운송 루트이자 전략적 요충지라는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에 일찍부터 인접 국가들의 침입이 잦았다. 페니키아·로마·아랍·시칠리아 등의 식민지로 수백 년을 보냈다. 근대 이후에는 1798년 나폴레옹에게 정복됐다가 2년 후 영국의 식민지가 됐다.
이후 거의 150년 동안 영국 해군의 가장 중요한 해외 보급기지로 이용됐다. 1964년 영국에서 독립했지만 이후로도 15년 동안 영국군이 주둔했다. 영국군이 완전히 철수한 시점은 1979년 3월31일. 이날은 몰타의 국경일로 지정됐다. 최근에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난민이 유럽으로 들어오는 주요 거점이다.
몰타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미국의 경제전문매체 CNBC가 보도했다. 몰타의 에드워드 시클루나 재무장관은 “몰타처럼 작은 나라는 생존을 위해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일대일로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유럽 국가는 이탈리아·그리스·헝가리·세르비아 등이다. 이들의 친중 노선은 미국을 자극하고 있다. 백악관 안보 담당 대변인은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고 국제적 명성만 해칠 것”이라는 공식 입장까지 내놓았다.
30여년 전 양대 강국이 냉전 종식을 선언했던 몰타에서 파트너만 소련에서 중국으로 바뀐 채 주요2개국(G2)이 다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역사는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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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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