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맹주로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석유가 발견된 것은 1933년.
석유채굴권을 따낸 미국은 같은 해 캘리포니아 아라비안 스탠더드 오일을 세우고 본격적으로 석유를 캔다. 이 회사는 1944년 아라비안 아메리칸 석유회사(Arabian American Co)로 이름을 바꿨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ARAMCO)의 시작이다.
아람코는 대형유전을 차례로 개발해 세계 원유 생산량의 15%를 공급하는 최대 석유회사로 성장했다. 미국은 자국의 석유자본이 지배한 아람코의 급성장을 통해 중동에서 지배력을 높여갔다.
사우디가 아람코 지분을 늘려 국영화에 박차를 가하게 된 시기는 4차 중동전쟁으로 불리는 1973년 욤키푸르 전쟁 이후다. 이 전쟁에서 미국은 이스라엘을 지지했고 이에 반발한 중동 산유국들은 석유수출을 금지하며 제1차 오일쇼크를 불러온다.
오일쇼크 이후 자원민족주의의 바람이 거세게 불며 중동 산유국들의 오일 패권이 형성됐다. 사우디도 1974년 아람코 지분을 60%까지 늘렸다.
사우디는 1980년 아람코 지분 100%를 인수해 완전 국영화에 성공한다. 석유자원을 개발해 얻은 이익을 미국과 나누는 구조를 깨고 사우디가 완전히 장악하게 된 것이다.
아람코는 한국과 인연이 깊다. 1970년대 한국 건설업체들의 중동 진출도 아람코가 발주한 송유관 공사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아람코는 현재 에쓰오일(옛 쌍용정유) 지분 63.4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1991년 쌍용양회가 소유한 쌍용정유 지분 35%를 인수하며 국내 정유 사업에 진출했고 쌍용그룹 해체 이후 추가로 지분을 매입해 지배력을 강화했다. 올해 초에는 현대오일뱅크 지분 19.9%를 인수해 2대주주에 올랐다.
아람코가 중동 최대 석유화학 기업 사빅(SABIC)의 지분 70%를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로부터 매입했다는 소식이다. 인수금액은 691억달러(약 79조원).
사우디는 얼마 전까지 아람코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비전 2030’을 바탕으로 제조업 육성 등 경제 활성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번 거래로 사우디는 비전 2030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고 아람코는 원유 생산(업스트림)부터 석유화학제품 생산(다운스트림)까지 일원화된 사업구조를 갖추게 됐다. 국제석유시장에서 한층 커진 지배력을 확보한 아람코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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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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