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중심의 세계화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온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펼치는 반(反)세계화와 보호주의 무역 정책도 강하게 비판했다.

22일 미 경제전문매체 CNBC에 따르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 교수는 새로 펴낸 ‘사람, 권력, 이익 : 불만의 시대를 위한 진보 자본주의’(People, Power, and Profits: Progressive Capitalism for an Age of Discontent)에서 이런 견해를 밝혔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화를 비난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우리는 더 나은, 더 공정한 국제 규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다른 나라들과 불공정한 무역협상을 맺어 손해를 보고 있으므로 이를 바로잡아 불균형을 해소하고 미국 내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며 다른 나라들에 무역협상을 압박해 왔다. 그러나 스티글리츠 교수는 “미국의 무역협상단이 다른 나라에 사기를 당하고 있다는 생각은 터무니없다”며 “미국은 지난 21세기 동안 무역협상에서 원하는 거의 모든 것을 얻어왔다”고 일축했다.

그는 미국 저숙련 노동자들이 겪는 불이익 일부가 세계화 때문이기는 하지만, 미국의 무역 합의가 노동자를 희생해 기업의 배를 불리는 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그동안 세계화를 통해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 불리한 조건을 강요하고 이득을 취하는 것을 비판해왔다.

그는 새 책에서 “나는 20년 넘게 세계화가 관리되는 방법을 비판해왔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내가 세계화에 반대한다는 측면에서 같은 편처럼 보일 수는 있으나 이는 틀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기본적으로 국제 무역을 지배하는 규칙 기반 체계와 법의 중요성을 믿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정글의 법칙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며 “이는 두 나라 간 무역분쟁이 있을 때 ‘끝장이 날 때까지’ 싸우고 더 강한 나라가 이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잘못된 시각은 미국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강하기 때문에 이러한 싸움에서 전부 이길 수 있으며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국제 무역질서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두 가지 중요한 지점을 놓쳤다면서 다른 나라들이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무역협상이 아닌, 손해를 보는 미국과의 협상에 참여할 이유가 무엇인지 반문했다.

또한 중국과 유럽 등 경제 규모가 큰 나라들이 서로 협력하거나 다른 규모가 큰 제3세계 국가와 협력한다면 미국이 가진 힘의 장점은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