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0여개국 불러 25일부터 ‘일대일로 포럼’, 미 실크로드·아재균형전략 맞서
▶ 시진핑, 임기 첫해 2013년 구상 제시, G7인 이탈리아까지 참여$ 사업 급팽창

오는 25~27일 열리는‘제2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고위포럼’을 이틀 앞둔 23일 중국 베이징 시내에 행사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나부끼고 있다. <연합>
지난 3월1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를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 당시 안보리는 중앙아시아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엔아프카니스탄지원단(UNAMA)’의 활동기한을 1년 연장하는 결의안을 채택할 계획이었다. 기존 결의안에는 2016년부터 ‘일대일로 협력’이라는 단어가 포함돼 있었는데 갑자기 미국이 이 단어를 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연히 중국은 반발했다.
미국은 중국의 사익 추구로 ‘일대일로’가 부채와 부패를 유발한다고 비난했다. 결국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새 결의안에서는 이 단어가 빠졌다. 게다가 활동기간도 1년이 아닌 6개월로 단축됐으며 2002년부터 계속된 이 사업의 미래도 불투명해졌다. AP통신은 “일대일로 사업이 끝없이 확장되면서 미국의 신경이 날카로워졌다”고 전했다.
중국이 아시아에서 아프리카·유럽에 걸쳐 구축 중인 경제블록 ‘일대일로’가 세력을 키워가면서 미국 등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중국이 일대일로를 통해 유라시아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데 대해 미국은 부채를 이용한 ‘지배’ 야욕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무역협상이 타결을 앞둔 가운데 다음 미중 갈등은 세력권 다툼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한국 등 일대일로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국가들도 신중해질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19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25일부터 사흘간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2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고위포럼’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왕 부장은 이번 행사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해 인도네시아·파키스탄·필리핀·이탈리아·포르투갈 등 해외 37개국 정상들이 참석한다고 밝혔다. 또 한국과 일본·프랑스·독일·영국 등도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한다고 덧붙였다. 총 150여개 국가와 90여개 국제기구에서 5,000여명이 참석한다. 제1회 포럼이 열린 2017년에는 29명의 국가 정상을 포함해 130여개 국가와 70여개 국제기구에서 1,500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를 기준으로 2년 만에 행사가 3배 가까이 커진 셈이다.
왕 부장은 “일대일로는 공동발전을 촉진하고 공동번영의 협력과 ‘윈윈’을 실현하는 길로 상호 이해와 신뢰를 높이고 전방위 교류와 평화 우의를 강화할 것”이라며 “이미 126개 국가와 29개 국제기구가 일대일로 협력문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협력국이 126개라면 전 세계 국가들의 절반 이상이다. 물론 이들이 모두 일대일로 사업을 직접 하는 것은 아니고 단순 연계사업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일대일로는 중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육상·해상 실크로드의 연선(주변) 국가 65개국을 연결해 중국 주도의 거대 경제블록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일대일로 연선 국가로 분류된 나라와의 무역액은 8조3,657억위안(약 1,423조원)으로 중국 전체 무역액의 27.4%나 됐다.
‘일대일로’ 사업을 제기한 사람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다. 시 주석은 그의 첫 임기가 시작된 2013년 이 구상을 제시했고 자신의 대표 브랜드로 지금까지 끌고 왔다. 두 번째 임기인 시 주석이 앞으로 3연임 이상 할 경우 사업은 더 확대되고 견고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 주석이 일대일로를 제안했지만 불가피한 상황을 만든 것은 미국이다. 외신에 따르면 실크로드 관련 구상을 처음 내놓은 사람은 2011년 당시 미 국무장관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2011년 7월 인도 첸나이를 방문한 자리에서 ‘신실크로드 구상(new silkroad initiative)’을 발표했고 이를 통해 유라시아 대륙을 잇는 경제개발 방안을 제시했다.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과 거의 같다.
드디어 2013년 중국 국가주석으로 취임한 시진핑은 대담한 시도를 했다. 그해 9월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을 방문한 자리에서 그는 ‘실크로드 경제벨트’ 구축안을 제시했다. 이후 10월 인도네시아 의회 연설을 통해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방안을 내놓았다. 이 둘을 합쳐 지금 우리가 일대일로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후 중국의 정책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국력을 총동원한 연구 끝에 2015년 3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외교부·상무부가 공동으로 ‘일대일로 비전과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중국 주도로 아시아와 아프리카·유럽을 연결하는 교통망·물류·에너지 시설을 건설하고 무역과 금융 네트워크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이다.
단순히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세계의 중국 포위망을 돌파하기 위한 계획만은 아니다. 중국 내부의 요인도 있었다. 중국이 고도성장에서 중저속 성장으로 후퇴하면서 성장동력을 외부에서 찾아야 했는데 아시아와 아프리카가 이를 위한 상품 수출지와 자원 공급지 역할을 했던 것이다. 단지 이를 그럴듯하게 ‘일대일로’ 이름으로 포장했을 뿐이다.
특히 그동안 수출을 통해 쌓아놓은 외환보유액과 잉여로 쌓여 있는 자재를 동원해 해외에서 철도와 도로·항만 등 인프라 투자를 대대적으로 진행했다.
문제는 차이나머니가 쏟아지면서 일부 참여국들이 경제성도 제대로 따지지 않고 무리한 투자계획을 진행했다는 사실이다. 결과는 재정난이다. 일대일로 최대 참여국인 파키스탄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신청했고 말레이시아·몰디브·스리랑카·미얀마 등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대일로 사업은 계속 팽창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요7개국(G7)인 이탈리아까지 일대일로에 참가하겠다고 나섰다. 이탈리아는 제노바 등 자국의 4개 항구를 중국에 개방하고 25억유로(약 3조2,00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말레이시아도 동부해안철도 사업을 440억링깃(약 12조원) 규모로 축소해 재개하기로 했다. 당초 과잉비용을 우려해 사업을 중단했지만 중국 돈의 유혹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25일부터 진행되는 ‘제2회 일대일로 포럼’에 참여하는 총 150여개 국가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중국의 투자를 희망하는 나라, 그리고 중국과 함께 투자하려는 나라다. 일대일로 연선 국가는 저개발국이 대부분이다. 이들 국가는 중국의 돈을 바라고 일대일로에 참여했다. 파키스탄에는 오는 2030년까지 ‘중·파키스탄 경제회랑’ 사업을 통해 총 620억달러의 중국 자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세계를 이끌고 있다는 미국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은 부채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미국이 사실상 지배하는 IMF와 세계은행(WB)은 잇따라 “중국이 부채 함정을 파고 있다”며 맹비난하고 있다. 중국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일대일로 사업에 1조달러 이상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향후 8조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급증하는 일대일로 국가 부채가 중국 자체의 막대한 부채 문제와 함께 세계 경제의 시한폭탄이 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지난 1회 때와는 달리 이번 ‘제2회 일대일로 포럼’에 아예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기로 했다. 해상 실크로드상 최대 국가인 인도도 인근 국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반발해 이번 포럼에 참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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