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인도 방문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곧바로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했다.
2002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북러 정상회담 후 6년 만에 블라디보스토크를 찾은 푸틴은 개발사업이 부진하다며 시장을 해임하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그리고 특별회견에서 2012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에서 개최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러시아 정부는 곧바로 1,000억루블의 투자계획을 발표했고 여기에는 블라디보스토크와 루스키섬을 잇는 3.1㎞의 4차선 사장교를 건설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루스키섬은 블라디보스토크 남쪽 표트르대제만에 있어 군사기지로 많이 활용되던 곳이다. ‘루스키’는 원래 ‘러시아의’라는 뜻이지만 19세기 중반 동시베리아 총독을 지낸 니콜라이 무라비요프아무르스키의 이름에서 명칭을 따왔다.
원래 소수의 러시아인이 거주하던 곳이었지만 러일전쟁 이후 일본인들이 들어와 섬 전체를 요새화하고 지하화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때 중국인들의 집단거주지가 있었으며 조선인들도 많이 넘어와 영역 갈등을 빚기도 했다.
옛 소련 시절에는 태평양함대의 기지와 전술핵 기지가 있어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금지됐던 곳이지만 APEC 정상회의 후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루스키섬은 푸틴이 아태경제권으로의 통합을 위한 교두보로 키우겠다며 각별한 관심을 쏟아붓고 있다. 2017년 발행된 2,000루블짜리 신권에 실린 상징 가운데 하나로 루스키대교가 선정됐을 정도다. 특히 루스키섬에 자리 잡은 극동연방대는 푸틴이 극동지역 개발의 핵심축으로 삼고 있는 거점으로 러시아에서 최초로 ‘연방대’로 승격되는 특혜를 누리기도 했다.
극동연방대는 1899년 니콜라이 2세의 특명에 따라 한국어·중국어·일본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세계 최초로 한국어과를 운영했다.
또 중국 기업들이 루스키섬 해양생태공원 조성 사업에 참여하고 일본 정부도 생태·주거환경 개선 프로젝트에 참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를 방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 루스키섬의 극동연방대에서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섬 남쪽의 토비지나곶은 북한 땅과 닮아 관광객들로부터 ‘북한섬’으로 불리는 사연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극동지역을 제패하려는 푸틴의 야심이 한반도 지정학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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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범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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