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삼성 공장 방문에 기대 가졌다, ‘133조 면죄부’ 비난 일자 기업 좌절
▶ 돈없어 국내 투자 꺼리는게 아니라, 강성 노조·높은 법인세 등이 원인
문재인 대통령이 보여준 지난 2년간의 성과를 폄하하지는 않는다.
대통령이 선사한 ‘한반도의 봄’은 짜릿했다. 판문점 휴전선을 넘나들던 뭉클한 감동은 아직도 여운이 남는다.
하지만 기업인들이 맞는 문 대통령 취임 2주년은 다르다. 정권교체에 가졌던 불안함은 2년 만에 조울증으로 변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기업정책은 한 손으로 투자 서포트를 하겠다며 잡은 손에 힘을 주지만 또 다른 한 손은 재벌개혁을 요구하는 지지층의 뜻에 따라 움직인다. 정치와 정책이 혼란스러운 상황에 기업들은 어지럽다.
지난달 말 대통령이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공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며 보여준 친기업 행보는 기업들에 잠시나마 숨통을 터줬다. ‘2년이 지났으니 이제 좀 변하나’ 하는 기대를 품게 했다. 하지만 뒤이어 나온 ‘133조원 면죄부’라는 비난은 기업들을 좌절시켰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만남을 “검찰과 법원이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이 만남에 대한 오해는 검찰과 법원이 하는 것이 아니라 ‘재벌개혁’을 외치는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삼성전자 비메모리 반도체 투자에 힘을 싣는 것이 면죄부를 주는 것일까. 어이없는 소리다.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비메모리 1등을 외치는 동안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수사 강도를 한층 높였다. 대통령과 정부는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고 수출이 급감하며 다가온 경제위기의 돌파구의 하나로 비메모리 반도체를 찾았을 뿐이다.
낙제점을 받고 있는 경제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비메모리 반도체 투자와 전략은 삼성전자 등 기업의 몫이다. 정부는 규제 등으로 훼방만 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반도체의 하나인 시스템 반도체에 투자를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다. 지난 2012년에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7조3,000억원을 투자해 처음으로 메모리 반도체 투자액(6조8,000억원)을 넘어섰다. ‘옴레기’로 불리는 치욕을 당했던 삼성전자의 첫 스마트폰 옴니아를 거치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칩을 양산했고 한때는 애플에 납품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0년 애플이 자체 AP를 생산하며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시장 확대의 꿈은 좌절됐다.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될 수밖에 없었다. 삼성전자의 선택이 비메모리 반도체인 것은 생존전략이다. 여기에 정부가 나서 마치 국가 프로젝트인 양 이니셔티브를 쥐려고 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정부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투자를 칭찬하고 힘을 실어주고 한발 물러서 대통령의 말처럼 서포트하는 역할을 하면 된다.
1·4분기 설비투자는 10.8% 감소했다. 1998년 1·4분기(-24.8%) 이후 21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반면 2018년 우리 기업의 해외직접투자액(FDI)은 478억달러(약 55조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기업·중소기업 구분 없이 국내보다 해외로 투자를 돌리고 있다. 기업들이 돈이 없어 국내 투자를 꺼리는 것이 아니라 국내 투자환경에 문제가 있음을 통계로 여실히 드러냈다.
높은 법인세, 경영권을 위협하는 상법 개정, 정부의 노동정책을 등에 업은 강성 노조, 그리고 일괄적으로 적용된 주52시간근무제와 최저임금 인상 등은 기업 투자환경의 걸림돌이다. 특히 기업을 적폐로 모는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의 분위기는 뛰게 해야 할 기업을 드러눕게 만들고 있다.
대통령의 독일 FAZ 기고문에 “곡식 창고가 넉넉하면 예절을 알고 옷과 음식이 풍족하면 영예와 치욕을 안다(食름實而知禮節, 衣食足而知榮辱)”는 말이 나온다. 세계인을 향해 성장의 열매를 나눠야 한다는 메시지지만 현재 우리 경제에 필요한 말이다.
기업의 투자가 줄고 자본 생산성이 떨어진다면 우리 경제는 정의와 공정으로 나눌 성장의 열매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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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서울경제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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