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지난 1월에 제시한 2.9%에서 0.3%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으로 2016년 이후 가장 낮은 전망치다.
미중 간 무역분쟁 확대는 물론 신흥국의 정부부채 증가, 투자 감소 등이 세계 경제에 상당한 하방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은행은 4일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성장률이 2.6%에 그치고 오는 2020년에는 2.7%, 2021년 2.9%로 성장 속도를 차츰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이한 코세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아직 불황이라는 버튼을 누른 것은 아니지만 무역마찰이 이어진다면 좀 더 심각한 침체 가능성이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만약 보호무역주의가 계속될 경우 2020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7%에서 1.7%로까지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은행은 특히 별도 분석을 통해 신흥·개도국들의 부채 규모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에 비해 눈에 띄게 불어났다는 점에 주목하며 이들 국가의 3분의2가량이 원자재 수출국으로 불황의 충격을 가장 크게 받았다고 지적했다.

부채가 많으면 경기 침체기에 부양책을 운용할 여지가 좁아지고 나아가 민간투자까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국가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미국만 올 1월 보고서와 동일하고 나머지 주요 지역 전망치는 일제히 하향 조정됐다. 동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망치는 5.9%에 그쳐 1997~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6%를 밑돌 것으로 예상됐다. 유럽과 중앙아시아의 경우 1월 전망치보다 무려 0.7%포인트 하락한 1.6%의 성장률이 예상됐다. 중국과 일본의 성장률은 각각 6.2%, 0.8%로 전망됐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기업 신뢰도가 떨어지고 세계 무역 침체가 심화하고 있으며 개도국과 신흥국에 대한 투자 부진이 나타나고 있다”며 “장·단기 세계 경제전망이 근본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