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어선, 삼척 부두까지 왔는데 군경 ‘깜깜’
▶ 총리·국방장관 사과… 문 대통령, 점검 지시
북한 주민들이 탄 어선이 당초 알려진 동해 삼척 앞바다가 아닌 삼척항 부두까지 들어와 정박한 상태에서 우리 주민에게 발견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북한 소형목선이 동해 북방한계선을 지나 130km 내려와 정박할 때까지 군경은 이를 전혀 몰랐다. 해군과 육군·해경의 3중 감시망이 모두 뚫린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야당은 군의 해상·해안 경계 실패와 허위·축소 보고 의혹과 관련 정경두 국방부장관과 군 지휘부 문책을 요구했다. 야당 인사들은 ‘작전 실패는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 실패는 용서할 수 없다’는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말을 인용하면서 재발 방지를 위한 단호한 조치를 촉구했다.
지난 15일 삼척항 부근으로 내려온 북한 어선은 해상에서 엔진기관을 끄고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가 오전 5시쯤 해가 뜬 뒤 해안 쪽으로 이동했다. 북한 어선은 삼척항 방파제를 지나 부두까지 다가와 접안했다. 야간에 해안으로 진입할 경우 군의 대응 사격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4년 전 북한 귀순자가 비무장지대에서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가 귀순한 사건과 유사하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 대해 ‘해상 노크 귀순’이란 얘기도 나왔다.
북한 선박에서 나온 선원 일부는 뭍에 내려와 현지 주민에게 “북에서 왔으니 휴대폰을 빌려 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일부 주민이 112에 신고해 군경이 조치를 취했다.
북한 어선에 타고 있던 4명 중 2명은 북한으로 귀환했고, 나머지 2명은 귀순 의사를 밝혀 한국에 남았다.
국방부는 지난 17일 “소형 선박 1척을 삼척항 인근에서 15일 발견했다”며 “전반적인 해상·해안 경계 작전에 문제가 없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경계 작전 문제 없음’과 ‘삼척항 인근 발견’ ‘어선 표류’ 등의 발표는 사실과 다른 것이어서 허위·축소 발표 논란도 확산됐다.
이번 ‘해상 귀순’과 관련 안보 기강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에선 “만일 침투 작전 선박이었다면 상황이 심각했을 것”이란 얘기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우리 군은 9·19 남북 군사 합의와 남북 해빙 무드에 편승해 경계 태세와 기강이 흐트러지는 일이 없도록 각오를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경두 국방부장관은 20일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허위 보고나 은폐 행위가 있었다면 철저히 조사해 법과 규정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군의 경계 작전 실태를 꼼꼼하게 점검해 책임져야 할 관련자들을 엄중하게 문책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총리도 이날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북한 목선이 입항할 때까지 아무런 제지가 없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깊게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야는 군 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엄중한 책임자 문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어떤 변명의 여지도 없다”며 논란 확산 차단에 주력했다. 그러나 야당은 국방부장관의 사퇴 또는 해임과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 등을 촉구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맺은 9·19 남북 군사 합의 폐기를 촉구했고, 바른미래당은 국회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선박이 북쪽에서 우리 쪽까지 오는 과정에서 제대로 포착하거나 경계하지 못한 부분, 그 후 제대로 보고하고 국민께 제대로 알리지 못한 부분에 대해 문제점이 없는지 철저히 점검해달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앞서 정 국방장관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고 대변인은 ‘청와대와 군 당국이 사실 관계를 은폐하려 한다’는 내용의 보도에 대해 반박했다. 고 대변인은 “국방부가 ‘삼척항 인근’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해서 말을 바꿨다고 보는 것은 틀린 말”이라며 “ ‘항’은 보통 방파제·부두 등을 포함하는 말이며, ‘인근’이라는 표현도 군에서 많이 쓰는 것으로 내용을 바꾸거나 축소하려 한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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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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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보지말고, 하급자에게 책임을 돌리지말고 책임을 지고 깨끗이 물러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