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텍사스 클린트 수용시설, 굶주림·악취·질병 시달려
▶ 기업“반이민정책 보이콧”, 연방공무원노조도 반발

국경을 넘다 붙잡혀 연방 세관국경보호국의 매갤런 수용시설의 이민자 아동들이 차가운 수용시설 바닥에 누워 은박지를 덮고 자고 있는 모습. <연방 세관국경보호국 제공>국경을 넘다 붙잡혀 연방 세관국경보호국의 매갤런 수용시설의 이민자 아동들이 차가운 수용시설 바닥에 누워 은박지를 덮고 자고 있는 모습. [연방 세관국경보호국 제공]

지난 26일 보스턴 시내에서 온라인 가구업체 웨이페어 직원들이 이민자 어린이 구금시설용 침대 공급 계약 체결에 반대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AP]
미국으로 건너가려다 함께 목숨을 잃은 엘살바도르 출신 이민자 부녀 죽음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정책에 대한 비난이 빗발치고 있는 가운데 남부국경 지역 이민자 아동 수용시설의 열악하고 비인도적인 실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어 미국 여론이 분노하고 있다.
텍사스주 클린트의 이민자 아동 수용시설에선 350여명의 어린이와 젖먹이가 치약, 비누는 물론 먹을 것조차 충분히 받지 못한 채 한 달 가까이 방치된 사실이 알려졌다.
AP 통신은 26일 이 수용시설에 자신의 일곱 살 딸을 수용시설에서 빼내기 위해 애쓰고 있는 엘살바도르 이민자 남성의 사연을 전하면서 아동 수용시설에 자녀들 둔 이민자 부모들의 마음이 타들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남성은 갱들의 폭력을 피해 고국을 등지고 아내와 미국으로 건너왔다. 어린 딸은 엘살바도르의 더 안전한 지역에 사는 친척에게 맡겨놓고 매일 밤 통화하며 서로 만날 날을 고대했다.
그러나 함께 사는 여자 친척이 가정폭력에 시달리게 되면서 이 친척은 소녀를 미국에 있는 부모에게 데리고 가는 편이 더 안전하겠다고 생각하고 미국행을 결심했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꿨던 소녀가 미국에서 머물게 된 곳은 최근 비누와 치약조차 없는 비위생적인 환경이 드러나 충격을 줬던 텍사스주 클린트의 아동수용시설이었다.
이곳에서 이민자 아동들을 만나러 왔던 변호사들은 말을 걸자 눈물을 터뜨린 소녀를 보고 그녀의 팔찌에 적힌 ‘미국 부모’의 연락처를 찾아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딸과 통화한 남성은 “울기만 하더라. 너무 많이 울어서 물에 빠진 것처럼 들릴 정도였다”고 말했다. 감기에 걸린 듯 기침을 하던 딸은 아빠에게 간호사가 준 머릿니용 빗을 제자리에 놓지 않았다는 이유로 타일 바닥에서 자는 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이후로 딸과 통화하지 못해 잠도 한숨 못 잤다”며 “딸이 거기서 혼자 지내는 동안 내가 어떻게 잘 잘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NBC 방송도 이 수용시설의 여건이 끔찍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방송에 따르면, 텍사스주 클린트에 위치한 국경 초소를 찾은 컬럼비아대학 로스쿨 이민자 권리 클리닉을 맡고 있는 엘로라 무케르지는 일부 아동들은 콧물이나 심지어 소변이 묻은 더러운 옷을 입고 있었으며 비누나 칫솔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화를 나눈 거의 모든 아동들은 국경을 넘어온 뒤로 샤워나 목욕을 못 했다고 말했다”며 “이로 인해 아이들에서 심한 악취가 났다”고 말했다.
그는 “순찰대원들이 아동들에게 더 어린 아동들을 돌보게 시켰다”며 “이에 7~8살 된 아동들이 2살 된 아동들을 돌보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아동들은 오랫동안 구금되어 있으면서 굶주리고 더러워지고 병을 앓고 있다”며 “이러한 끔찍한 광경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텍사스주 매캘런의 수용시설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을 방문한 변호사들 중 한 명인 호프 프라이는 “비누도 없고 물도 없었다”며 “수용소에서 나오지 않는 한 물에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그곳에서 만난 미숙아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과테말라에서 넘어온 17살된 소녀에 대해 “멕시코에서 재왕절개 수술을 받은 뒤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었다”며 “엄마와 아이 모두 수용소에 들어온 뒤로 씻지 못해 더러운 상태였다”고 말했다.
비인도적인 아동수용시설 실태가 드러나자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정책에 협력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기업도 나타나고 있다.
26일 AFP 통신 등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온라인 가구업체 웨이페어 직원들은 이날 보스턴 본사 주변에서 집회를 갖고 정부와 20만 달러규모의 이민자 어린이 구금시설용 침대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민간 교도소와 구금시설을 운영하는 업체에 대한 대출을 중단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다.
앤 피누케인 BOA 부회장은 26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교도소와 이민자 구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과의) 관계를 끝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올해 3월에는 또 다른 대형은행인 JP모건 체이스가 민간 교도소 업계와 관계를 단절했고, 웰스파고 역시 비슷한 조처를 했다.
연방 세관국경보호국(CBP)은 논란이 일자 이 어린이들을 보건복지부 수용시설로 옮기려 했으나 해당 시설이 포화상태여서 100여명은 다시 클린트로 돌아왔다.
연방 공무원들도 반이민정책이 더 이상 용인되어서는 안된다며 트럼프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국토안부보 직원을 포함한 2,500여 명의 연방공무원을 대표하는 연방공무원노조(AFGE) 1924지부는 캘리포니아 제9연방고등법원에 이런 내용을 담은 37쪽의 법정의견서를 제출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 보도했다.
제9연방고등법원은 미국 망명 신청자들이 법원의 결정을 기다리는 동안 멕시코에 머물도록 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보호 프로토콜’(MPP) 정책이 적법한지를 심리 중이다.
AFGE 지부는 의견서에서 MPP 정책이 이민자들의 목숨을 위협한다며 “망명 담당 관리들이 우리나라의 도덕 구조와 국내외 법적 의무와 반대되는 부처의 명령을 따르라는 강요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망명 담당 관리들은 박해받을 위기에 놓인 망명 신청자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멕시코는 중미 출신 망명 신청자들에게 결코 안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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