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무더기 지정 취소로 교육계 갈등이 증폭되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의 고위공직자 자녀 상당수가 자사고나 외국어고 또는 외국학교를 다닌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 부처 장관 18명 가운데 12명이 자녀를 자사고·외고·강남 8학군 학교에 입학시키거나 유학을 보냈다. 자사고 폐지를 선거 공약으로 제시했던 문재인 정부의 인사들과 진보 성향 교육감들은 그동안 자사고와 외고 등을 “일반고 황폐화를 가져오는 귀족 학교”라고 비판해왔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자녀들을 자사고·외고, 외국 학교에 보낸 것이어서 야당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이중적 행태”라고 성토했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실이 11일 정부 고위 인사 자녀들의 출신 학교를 조사한 결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장남은 안양외고 출신이고, 차남은 미국에서 중학교를 다닌 뒤 청심국제고에 진학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장녀는 자사고인 이화여고, 차녀와 삼남은 용산국제학교를 나왔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장녀와 차녀는 모두 미국 랜싱가톨릭고교를 다녔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차녀는 미국 뉴저지에서 중학교를 나온 뒤 자사고인 세화여고를 다녔고, 삼녀는 대원외고 출신이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의 차녀는 스웨덴 말뫼 지역 고교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의 장녀는 프랑스에서 고교를 졸업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장남은 스위스 제네바 국제학교를 나온 뒤 연세대 국제대에 진학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장남은 미국 포틀랜드 고교 출신이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의 두 아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영국에서 학교를 다녔고, 중·고교도 외국에서 나왔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장남은 서울외국인학교를 나와 미국으로 유학 갔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아들도 자사고인 현대고 출신이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장녀는 강남 8학군에 속했던 영파여고 출신이다. 자녀를 일반고에 보낸 장관은 유은혜 교육부·박상기 법무부·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등 4명뿐이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자녀가 없다.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핵심 인사들과 주요 교육감들도 자녀들을 자사고와 특수목적고 등에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의 딸은 부산외고 출신이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딸은 한영외고를 나왔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장녀는 용인외고(현 외대부고) 출신이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두 아들도 모두 외고를 나왔다.
이에 앞서 조희연 교육감이 이끄는 서울시교육청은 9일 올해 평가 대상 13개 자사고 가운데 경희고·배재고·세화고·숭문고·신일고·이대부고·중앙고·한대부고 등 8곳이 70점에 미달돼 지정 취소가 결정됐다고 밝혔다. 교육감은 교육부 장관 동의 절차를 거쳐 지정 취소가 결정된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게 된다. 이에 앞서 전주 상산고 등 3곳도 재지정 기준을 넘지 못해 올해 평가 대상인 전국 24개 교 가운데 11개 교가 교육청으로부터 지정 취소 결정을 받았다.
이번 결정의 문제로는 우선 정권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타는 자사고 정책과 고무줄처럼 자주 바뀌는 잣대를 지적할 수 있다.
본래 자사고의 전신인 자립형 사립고는 김대중 정부 때 도입됐다. 이명박정부에서 자사고 수가 크게 늘었으나 박근혜 정부에서 자사고 폐지를 공약한 진보 교육감이 대거 당선되면서 갈등이 본격화됐다. 재지정 기준 점수는 박근혜 정부 때 60점으로 낮췄다가 현정부에서 다시 70점으로 올리는 등 정권 입맛에 따라 오락가락했다. 배점 기준에서도 교육의 질 관련 항목 점수는 줄이고 사회통합 전형 노력 등 자사고에 불리한 점수는 늘렸다.
두 번째 문제점은 재지정 평가와 결과 공개 과정이 ‘깜깜이’로 진행되면서 절차적 정당성과 투명성이 결여됐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국가 미래보다는 표심을 의식하는 포퓰리즘에 빠진 교육감들은 창의적 인재 육성을 위한 수월성·다양화 교육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자사고가 사라지면 ‘강남 8학군’ 쏠림 현상이 부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