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종로·제천 참사 원인은 허가 도면에 어긋난 리모델링
▶ 건축사 승인·감독권 강화 통해 건축물 안전성 제고 이뤄내야
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장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가 열리는 광주에서 불법 건축에 의한 붕괴 사고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얼마 전에는 종로구 고시원과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안타까운 희생자들이 생겼다. 이 같은 사고는 최근 몇 년 만의 일이 아니라 상당히 오래전부터 계속된 일이다.
이런 사고와 사건은 건축 허가 시 도면과 전혀 다른 실내 구조로 변형됐다는 데 공통점이 있다. 그동안은 소방시설 등 대책에 집중됐지만 보다 근본적인 부분에 대한 사회적 진단은 없었다.
우리나라 건축 인허가는 까다롭기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단열이나 소방, 내진 구조에 대한 법적 제한은 이제 일본이나 유럽 어떤 나라보다 까다롭고 복잡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처럼 OSB 합판으로 6~7층 아파트를 건설하거나 일본처럼 아크릴로 주택 창문을 시공하는 것이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까다롭고 비용이 많이 드는 우리나라 건축법은 건축사들에게 책임의 대상이다.
세계적으로 까다로운 우리나라 건축법과 인허가 과정으로 지은 건물들인데 사고가 왜 일어날까. 이유는 사후 관리 개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준공만 되면 대부분의 건축물은 법에서 멀어진다. 아파트는 불법으로 발코니를 확장한 지 수십 년이 지나 이제는 불법이라 하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그래서 외국 건축계에는 설명조차 어려운 확장형 발코니라는 황당한 법규도 만들어졌다.
광주 사고도 사용 중인 건축물의 내부를 임의로 리모델링한 탓에 벌어진 일이다. 종로 고시원 화재 사고와 같다. 합판으로 아파트를 짓는 미국은 건축사나 법적 인스펙터의 승인이 없이는 내부를 리모델링할 수 없다.
일부 주는 건축사에게 승인을 받아 도면을 실내 벽면에 부착한다. 심지어 상업 공간인 카페나 레스토랑에는 좌석 배치도까지 그려 놓고 그림과 다르면 범칙금을 내기도 한다.
반면 우리는 내부 리모델링에 어떤 법적 제재도, 법적 절차도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리모델링 자체를 법적 자격자인 건축사가 담당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1970~1980년대에는 건축사 인력부족으로 시장이 방치됐고 정부 또한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수많은 사고가 반복되고 누적됨에도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없다.
사실 시장에는 오래전부터 무자격자의 행위로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위험 건물들이 상당하다. 보를 끊어내고 심지어 내력벽과 기둥을 잘라내는 내부 리모델링 현장도 있다. 이런 위험천만한 일들이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곳이 우리나라 내부 리모델링 시장이다.
어디 그뿐인가. 신축 공사에서도 에너지 심의·경관 심의를 받은 건물이 나중에 입주한 카페나 레스토랑 등의 리모델링으로 몇 년 만에 외관이 심하게 바뀌곤 한다.
에너지 심의를 아무리 까다롭게 받아도 준공 후 외부 창호를 뜯어내고 무자격자가 임의 디자인하는 게 비일비재하다. 법적 행위가 무용으로 돌아가도록 그대로 방치되는 실정이다.
내부 리모델링은 분명히 법적 행위다. 건축법에 리모델링과 대수선의 항목이 있다. 적어도 행정관청이나 공공 기관에 수정된 도면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건 분명하다. 그래야 화재나 각종 사고가 일어날 때 대처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도면을 작성할 책임과 권리가 건축사에게 있다.
이제 건축사의 수도 충분하고 시장 대응이 가능해졌다. 건축법적 공식 국가 자격자인 건축사들의 도면작업은 물론 지자체에 인허가 내용을 등록할 수 있는 전자 등록 시스템이 이미 마련돼 있다.
디자인이야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할 수 있어도 건축법과 구조·소방 등 건축 전반의 조정과 종합적인 감독은 건축사의 역할이다. 건축사가 내부 리모델링을 승인할 수 있도록 법과 운영을 강화하는 게 사고를 막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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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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