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A왕’ 유니클로 끝모를 추락, 닛산 등 신규등록수 60% ↓
▶ 국산, 반사이익에 호황이지만 “애국에 기댄 소비 한계” 지적도
한글날인 오는 9일까지 징검다리 연휴를 보내게 된 직장인 강혜민(36·가명)씨는 휴가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몇달 전이었다면 망설일 필요도 없이 일본행 비행기를 예매했을 테지만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사진)이 본격화된 후 강씨의 사고회로는 일본과 관련된 모든 것을 거르고 있다. 강씨는 “3일 도쿄로 떠나 7일에 돌아오는 비행기 가격이 왕복 30만원 초반대로 같은 기간 블라디보스토크행 비행기보다 저렴하지만 시국이 시국인 만큼 일본 여행은 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9일이면 일본 정부가 반도체 핵심소재의 대(對)한국 수출규제를 결정한 지 100일이 된다. 이에 맞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체화’ 수준에 이르면서 소비지형이 변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SPA 브랜드의 ‘왕’으로 군림했던 유니클로가 끝 모를 추락을 이어가고 있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그룹 임원이 한국인의 불매운동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하며 유니클로를 찾는 발길이 뚝 끊겼다. 지난 7월부터 9월 말까지 A백화점에 입점한 유니클로 전 매장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나 급감했다.
10년간 수입맥주 1위를 굳건히 지켜온 일본 맥주도 중국 맥주에 자리를 빼앗겼다. 8월 일본 맥주 수입액(약 2억6,300만원)은 전년동기 대비 34분의1로 고꾸라지며 전체 수입맥주 중 13위를 기록했다.
일본산 자동차도 타격을 받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 브랜드 승용차의 신규 등록 건수는 지난달 동기보다 60%가량 급감했다. 일부 극단적 소비자는 불매운동 이후 구매한 것으로 추정되는 일본 자동차를 공격하기도 했다. 9월1일부터 새로 등록한 차량의 번호판 숫자가 7자리에서 8자리로 늘어나면서 8자리 숫자를 단 일본차를 ‘매국노’ 차량으로 규정하고 낙서·파손 등의 테러를 가한 것이다.
사그라지지 않는 불매운동 열기에 반사이익을 기대하는 K브랜드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후리스’를 고유명사화할 정도로 독보적이었던 유니클로가 고전하는 사이 탑텐 등 국내 패션 브랜드가 ‘가성비’를 갖춘 플리스 제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불매운동 장기화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산업생태계가 얽히고설킨 만큼 국내 산업에도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애국심에 기댄 생산과 소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병기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발적으로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경우와 달리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일본 제품을 구매할 수 없다면 개인 소비자의 후생이 손실됐다고 볼 수 있다”며 “국내 산업의 발전과 현재의 유리한 상황을 연장하기 위해서라도 국내산 제품의 품질 향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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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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