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전 로마 시민들. 그들에게 납세는 로마 1등 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이었다. 재산이 없어서 세금을 못내는 사람들은 2등 시민으로 취급받았다. 로마 제국의 확장은 쉽고 공정한 납세 제도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제국이 팽창하고 권력이 바뀌면서, 시민의 납세 능력보다 국가 재정의 필요를 우선하는 황제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결국 과중한 세금 부과는 로마 제국의 멸망을 불러왔다.
그런 의미에서 며칠 전, 한국일보 서한서 기자의 ‘뉴저지 판매세 논쟁, 다시 도마 위로’라는 기사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기사의 내용을 요약하면, 주정부와 각 타운의 재정 수입을 늘려야 한다는 기본 입장은 같지만, 그 재원조달 방법에 있어서 주지사와 의회가 서로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데, 주지사는 판매세(sales tax)를 올려서 돈을 마련하자는 입장이고, 주 상원의장은 재산세(property tax)를 올려서 돈을 마련하자는 입장이라고 한다.
판매세와 재산세는 그 성격이 완전히 다른 세금이다. 판매세는 간접세(indirect tax)이고 재산세는 직접세(direct tax)다. 판매세는 공평부담의 원칙에 어긋난다고들 한다. 담세 능력에 따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행위 그 자체에 대해서 부과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회장님과 말단 직원이 함께 식당에 가서 같은 설렁탕을 시켰다고 치자. 거기에 붙은 세금(sales tax)은 똑같다. 말단 직원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왜 돈이 많은 회장님이나 나 같은 말단 직원이나 내는 세금이 똑같지? 회장님은 부자니까 더 내야 하는 것 아닌가?” 이것이 간접세가 갖는 역진성 문제다.
대개 부자들은 직접세가 낮아지길 바라고, 가난한 사람들은 간접세를 낮췄으면 한다. 실제로 피부로 느끼는 간접세 부담률은 가난할수록 높다. 판매세는 대충 뉴욕시가 9%, 뉴저지는 7%다. 가까운 펜실베니아나 커네티컷은 6%에 가깝다. 재산이 많은 사람에게 설렁탕 한 그릇에 붙은 1달러는 새 발의 피지만, 가난한 사람에게는 그것도 모이면 큰돈이다. 마음으로 느끼는 부담이 소득에 따라 다른 것이 판매세(간접세)다.
재산세를 안 내고 싶으면 재산이 없으면 된다. 그러나 판매세는 아주 기본적인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된다. 역사적으로 많은 권력들이 납세자에게 무리하게 세금을 걷어 방만하게 사용하다가 멸망했다. 로마제국 멸망이 주는 교훈은 판매세를 올리자는 뉴저지 주지사와 재산세를 올리자는 뉴저지 의회가 모두 귀담아 들어야 할 교훈이다. 세금은 1등 시민으로서의 시민적 자부심의 원천이 돼야지, 벌금 내는 ‘억울한’ 기분이 들도록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 역할의 상당 부분은 우리들이 뽑은 정치인들이 당장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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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한/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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