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시위는 이해할 수 있지만 왜 죄없는 영세 업소들까지 들어와 털고 부숩니까. 이건 결코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백인 경관에 의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항의 시위와 맞물려 폭도들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발생한 약탈과 방화 등 폭력행위로 피해를 본 LA와 주변 도시의 한인 등 업주들의 한숨 섞인 항변이다.

이번 반 인종차별 시위가 LA 도심에서 본격화된 지난달 29일 이후 LA 그로브몰 인근 페어팩스 지역과 멜로즈 길에서 폭도들에 의한 약탈과 방화 피해가 지난달 30일 대규모로 발생한 뒤 31일 LA 한인타운은 물론 샌타모니카와 롱비치 지역, 그리고 지난 1일 밴나이스와 할리웃 지역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많은 비즈니스들이 피해를 당한 가운데 이 가운데는 상당수의 한인 업소들을 비롯한 중소 영세업주들이 포함돼 있다.

샌타모니카 지역 링컨 블러버드에서 네일업소를 운영하는 한인 제인 이씨는 코로나 사태 이후 이번 시위 사태까지 겪으면서 불운이 엎친데 덮치는 피해를 본 경우다.

새로 비즈니스를 준비하고 지난 3월 초 이곳에 네일샵의 문을 연 이씨는 불과 1주일도 안 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령이 발령되면서 많은 투자를 해 시작한 업소에서 제대로 영업을 하지도 못하고 2개월 넘게 휴업을 해야 했다.

코로나 관련 단계적 봉쇄령 해제 속에서도 네일업소의 경우 아직 영업 재개 허가가 나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는데 청천벽력처럼 시위 사태가 벌어지면서 지난달 31일 약탈범들이 몰려와 업소 출입문을 부수고 침입, 고가의 재료와 소모품 등 모두 털어가는 피해를 당한 것이다.

이씨는 “비즈니스를 새로 시작해 SBA 구제 프로그램도 신청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약탈까지 당해서 피해가 막심하다”며 “보험을 들어놨지만 피해를 모두 보상받을 수 있을지 몰라 막막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또 지난 1일 많은 약탈 행위가 발생한 밴나이스 지역은 2일 오전 밴나이스 블러버드 선상 상당수 업소들이 나무 패널로 보호막을 치고 영업을 중단한 채 복구와 청소 작업이 한창 이뤄지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상당수의 자원봉사자들이 빗자루와 쓰레기봉투 등을 들고 지난 밤 약탈과 기물파손이 휩쓸고 지나간 흔적을 치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대부분 샌퍼난도 밸리 지역 주민들로 이뤄진 자원봉사자들은 밴나이스 업소들의 피해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와 아침부터 산산조각 난 피해 업소들의 유리창을 쓸어담고 가게 내부의 흐트러진 물건 정리를 도왔다.

이번에 막대한 피해를 입은 밴나이스 블러버드 선상 보석업소 업주 콘트레라스는 “그들은 창고에서 60%에 달하는 물건들을 훔쳐갔다”며 “보험도 없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하나님 안에서 희망을 잃지 않겠다”라는 심정을 전했다.

그를 돕기 위해 이날 인근에서 일하는 목수들이 모여들여 무료로 나무 패널을 설치해주는 훈훈한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밴나이스 블러버드 남쪽에 위치한 한 업소 매니저도 이날 아침 부서진 유리창 파편을 쓸어 담으며 이러한 사태를 예상했다고 전했다. 그는 “시위를 하려면 평화롭게 해야 한다”며 “약탈과 폭력시위의 피해는 대부분 같은 소수계나 사회적 약자들이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자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