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A 한인 2세 카일리 리씨, 연방정부 계약업체 미투 소송
▶ “인사 담당자까지 성폭행에 가담… 국방부에 신고후 해고”
한인여성 카일리 리(Kylee Lee, 34)씨는 지난 2013년 부모님의 나라인 한국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나 20대 사회초년생이 감당하기 힘든 직장 내 성폭행의 피해자가 되고 말았다.
부푼 꿈을 안고 연방정부 계약업체(블랙박스 네트워크 서비스)에 취업하게 된 리 씨는 서울지사에서 파견근무하게 되면서 “한인으로서의 정체성도 확인하고 자랑스러웠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에서 자란 리 씨에게 한국의 직장생활, 음주문화는 충격이자 고통이 아닐 수 없었다. 유일한 여성 직원이었던 리 씨는 수시로 술자리에 불려나갔으며 직장 동료와 상사들의 상습적인 성추행이 이어졌다. 회사에서 엉덩이를 만지는 것은 다반사였으며 만취상태에서 직장 상사 2명에게 성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당시 26살이었던 리 씨는 “연봉 9만 달러에, 해외에서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고 말했다. 이 회사에는 군 출신들이 많고 서울지사 직원들은 대부분 이혼을 하고 젊은 한국 여성과 재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리 씨는 성폭행 사실을 회사에 알렸으나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믿었던 인사 담당자까지 성폭행에 가담했으며 2017년 회사가 버지니아 헌던으로 옮긴 이후에도 개인적으로 만나자는 연락을 취했다고 한다.
2018년 미투(#MeToo) 운동 확산에 힘입어 리 씨는 회사 법률팀에 성폭행 사실을 신고했으나 오히려 업무능력을 문제 삼아 괴롭히기 시작했으며 국방부 감찰실에 신고한 다음에는 수 주 만에 해고통지서를 받았다.
현재 회계법인 딜로이트에서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리 씨는 직장 내 성차별 금지법(민권법 7조)과 내부고발자 보호법 등에 의거해 전 직장을 고소했다.
이번 소송건은 지난해 11월부터 VA 알렉산드리아 소재 로펌(타이토 아테네)의 코트니 에봇 변호사가 담당하고 있다.
에봇 변호사는 “고소당한 회사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며 “가해자 2명과는 아직 연락이 안 되고 있다”고 밝혔다. 성폭행 가해자 2명은 현재 해당 직장은 그만 뒀지만 한국에 위치한 다른 정부계약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리 씨는 전 직장에서 비밀유지 각서를 쓰면 6개월치 퇴직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지만 이를 거부하고 법원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리 씨는 “이번 소송이 배심원 재판으로 진행되길 바란다”며 “자신의 경험이 공개돼 다시금 미투 운동이 공론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을 지원하고 있는 타임스업법률방어기금(Time’Up Legal Defence Fund)의 샤린 테자니 디렉터는 “직장 내 성폭력의 경우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 회사에 대항하기에는 개인의 힘이 부족하다”며 “당장 생계가 걸린 문제인 만큼 피해자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견딜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기금은 2017년 할리우드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 혐의가 불거지면서 전 세계적인 미투 운동이 촉발된 이후 할리우드 스타와 인권운동가들이 설립했으며 현재 250명이 넘는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다.
전국여성법률센터(National Women’s Law Center) 자료에 따르면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 10명 가운데 7명 이상이 해고나 업무평가 저하, 명예훼손 피소 등의 보복을 당했다. 성추행을 고발한 사람들 가운데 3분의 1은 물리적인 성폭행을 당했으며 회사에서는 가해자가 분명한 경우에도 5건 가운데 2건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무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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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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