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보 문예공모 소설부문 당선자 박혜선 작가 80세에 첫 작품집‘또 다른 시작을…’출간

80세에 단편 모음집을 펴낸 박혜선 작가가 출간한 책을 들고 있다.
“삶이 힘든 누군가에게 용기와 힘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제40회 본보 문예공모 소설부문 당선자인 박혜선(80)씨가 첫 작품집 ‘또 다른 시작을 위하여’(고려글방)를 출간했다. 당선작 ‘대피령’(2019)을 비롯해 제23회 크리스찬문학 신인상 당선 소설 ‘빨래하는 여자’(2009), 한국문학평론가협회와 경희사이버대가 주관한 제5회 해외동포문학상 입상작 ‘수렁에 봄이 찾아오면’(2011), 2019 인간과 문학 여름호에 해외문인 특집으로 실린 ‘내일은 없다’ 등이 수록돼있다.
박혜선씨는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하는 동안 수많은 좌절과 시지포스가 떨어져 내려온 돌을 다시 굴려 올리기를 반복하듯이 쓰고 또 쓰다가 드디어 산수에 10편의 단편을 모아 첫 작품집을 내게 되었다”고 밝혔다.
2019년 단편소설 ‘대피령’으로 미주 한국일보에 당선되었을 때 그의 나이는 78세였다. 여러 번 소설쓰기를 접으려 했을 때 ‘글쓰기가 쉬우면 다 소설가가 되지요. 엄마는 할 수 있어요’라던 두 아들의 격려는 글쓰기를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는 그는 대장에 모세혈관이 파괴되어 비행기를 탈 수 없다. 9년 전 2년 동안 사경을 헤매며 통증에 시달리는 지옥 같은 시간이 오래 계속된 적이 있었다며 “그 통증은 정신력으로 이겨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후유증은 지금도 나를 괴롭힌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비행기를 타지 못하니 한국에 갈 수 없어 한국 출판사와 이메일, 전화, 카카오톡으로 연락하며 책을 출판하는 일은 그에게 인내심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힘든 일이었지만 첫 소설집을 내기 위해 최종 원고 점검을 끝냈을 때 알 수 없는 쓸쓸함과 밀려오는 고독을 나 자신도 이해할 수 없었다”며 “독자들이 내 소설을 재미있게 읽고 좋아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책 표지는 그의 아버지가 82세의 나이에 딸인 그에게 생일선물로 그려준 그림이다. 아버지가 그림을 그려주신 나이쯤에 책을 내게 되어 그 그림으로 표지를 장식했다는 그는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모순투성이 가운데서 운명을 거부하며 떨어져 내린 바위를 다시 굴려 올리는 시지포스의 무위한 몸짓은 결코 고만둘 수 없는 나의 글쓰기 작업이다. 늦게 시작한 글쓰기지만 내 생애가 끝나는 날까지 시지포스의 바위 굴려 올리기는 멈출 수가 없다”고 밝혔다.
그의 소설 속에는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삶이 담겨있다. 아버지의 바람기로 상처 입은 아들의 삶, 2005년 카트리나 허리케인 자연재해로 상처 입은 한국 아이, DACA 고등학생인 아이의 고통, 오만한 의사가 어떤 사고로 자신에 대한 성찰과 치유하는 과정, 시민권을 받기위해 공부하던 교실에서 생긴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이야기, 노스캐롤라이나 담배 밭에서 혹사당하는 어린 아이들, 황금만능주의에 젖은 사람들의 이기심이 선량한 사람들에게 주는 상처, 코로나19 펜데믹 속에서도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 슬기롭게 때로는 좌절하며 희망을 찾아서 극복하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읽는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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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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