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사판사·법원 서기, 증언 조작 압박·살해 위협 받아
아이티의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암살당한 지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건의 진짜 배후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아이티의 허술한 사법체계를 불신하는 많은 이들은 대통령 암살범도 결국 처벌받지 않고 넘어가는 게 아닐지 우려하고 있다고 AP통신이 3일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7일 모이즈 대통령이 사저에서 암살된 후 지금까지 40명 넘는 이들이 체포됐다.
직접 암살을 저지른 콜롬비아 전직 군인들과 아이티계 미국인들을 시작으로, 이들을 고용한 아이티 의사, 대통령 경호 책임자 등이 줄줄이 붙잡혔다. 콜롬비아인들에게 직접 암살 지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진 전 아이티 법무부 직원과 전 상원의원 등은 경찰의 추적을 받고 있다.
누가 어떤 의도를 갖고 모이즈 대통령의 암살을 기획했는지, 누가 자금을 댔는지 등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무엇보다 아이티 안팎의 전문가들은 과거에도 여러 세력에 휘둘려온 아이티 사법체계가 이런 복잡한 사건을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독립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 비정부기구 아이티정의민주주의연구소의 브라이언 컨캐넌은 AP통신에 "진실에 접근하려는 좋은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부당한 지시나 겁박, 증거 조작 시도도 있다"며 "지금의 과정으로는 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확신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대통령 암살 사건을 담당하는 수사판사와 법원 서기 2명이 누군가의 위협을 받고 숨어다니는 중이라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전날 보도했다.
누군가가 전화로, 또는 직접 찾아와 이들에게 용의자 진술에 특정인의 이름을 추가하라는 등의 증언 조작을 압박했고, 응하지 않을 경우 "머리에 총알이 박힐 것"이라고 협박했다는 것이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몇 시간마다 장소를 옮기고 있다는 법원 서기는 NYT에 "(이 사건에) 큰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며 "수사에 진전도 없고 진실을 찾으려는 의지도 없다"고 말했다.
아이티에서는 과거에도 중요 인물 피살 사건을 수사하던 이들이 위협을 받는 경우가 있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지난해 변호사협회장 피살 사건의 수사판사는 살해 위협을 받고 숨어버렸고, 이후 수사는 답보 상태다.
곧 있을 대통령 선거도 사건 수사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아이티에선 당초 오는 9월 대선이 치러질 예정이었으나 모이즈 대통령 피살 이후 일정은 불투명해졌다.
아이티정의민주주의연구소의 컨캐넌은 이번 대선에서 "정말로 진실에 다가가려는 의지와 권한이 있는 인물"이 당선될지 여부에 따라 수사 결과가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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