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와 적정거리로 버지니아주지사 당선…중간선거에도 효과낼지 관심

버지니아주지사 선거 승리한 공화당 글렌 영킨 [로이터=사진제공]
"남편과 산책을 하는데 공직에 출마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저는 말을 잠깐 멈췄다가 '당신, 중년의 위기를 겪고 있는 게 분명하네'라고 했지요."
버지니아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한 공화당 글렌 영킨(54) 후보의 아내 수잰이 지난 2일 밤 수락 연설을 하러 나오는 남편을 소개하며 한 얘기입니다.
장내를 메운 지지자들 사이에 웃음이 터졌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영킨 후보는 출마 선언을 할 때만 해도 정치 경험이 전무한 새내기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내기는 했지만, 버지니아주지사를 한 차례 지낸 바 있어 주민 대부분이 알고 있는 민주당 테리 매콜리프 후보를 상대하기엔 버거웠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영킨 후보가 곧 나와 10여 분간 수락 연설을 했습니다. 교육에 대한 대대적 투자와 대규모 감세 등과 같은 공약을 실현해 당장 변화를 만들어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지지자들은 환호했습니다. 하지만 연설에 '트럼프'라는 이름은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영킨 후보가 선거운동 기간 내내 쓴 전략이기도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확보하면서도 아주 밀착하지는 않으면서 일상에 밀접한 이슈를 중점적으로 부각, 중도층으로 지지를 확대하는 게 영킨 후보의 전략이었습니다.
선거 유세에 같이 서는 일도 없었습니다. 선거 전날 저녁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화로 지지 유세를 해줬지만 역시 영킨 후보는 모습을 비치지 않았습니다.
대선사기 주장에 따른 혼돈과 의회 난입 사태를 겪으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 쪽에서 한발 물러난 온건 보수를 집중적으로 공략한 겁니다.
영킨 후보의 전략은 주효했습니다. 지난 8월만 해도 5∼6%포인트 차이로 앞서나가선 매콜리프 후보를 추격하더니 선거 직전에는 초접전으로 따라붙어 추월에 성공했고 결국 승리를 거머쥐었습니다.
영킨 후보에게 유리한 변수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4년마다 열리는 버지니아주지사 선거는 대선 1년 뒤에 이뤄져 현직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갖는데 버지니아 주민들은 1970년대 이후 2013년을 제외하고는 야당 후보를 뽑아줬습니다.
공화당에서는 영킨 후보의 승리도 승리지만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사용법'을 알아냈다는 점을 큰 소득으로 치는 분위기입니다.
대선이 조작됐다는 주장을 서슴지 않으며 전통 보수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미국 우선주의' 구호로 지지층의 열렬한 반응을 끌어내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적정거리를 유지하면서 중간선거를 승리로 이끌고 여소야대 정국으로 바꿔버리겠다는 구상입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얼마나 협조할지는 미지수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4년 대권 재도전을 강하게 시사하고는 있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출마 선언을 하지는 않은 상태라 비교적 몸을 낮추고 있습니다.
만약 2022년 중간선거 전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출마 선언을 하고 전면에 재등장해 존재감을 과시하게 된다면 '트럼프와의 적정거리 전략' 같은 건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공화당에서도 중간선거 전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출마 선언을 하는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역시나 버지니아주지사 선거 승리의 공로도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는 영킨 후보가 승리한 다음 날 아침 곧바로 라디오에 출연, "MAGA가 아니었다면 15%포인트 이상 졌을 것"이라며 "우리에게 공로를 돌리는 대신 다들 '트럼프보다 인기가 있네'라고 한다.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MAGA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이었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의 줄임말이자 자신을 따르는 지지층을 지칭합니다. 이제 1년 뒤에 치러질 중간선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의 걸림돌이 될지 버팀목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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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6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영킨처럼 걸레같은 저질인간을 적당히 거리두고, 실속을 챙기는 실속파들이 공화당을 가득 채워도 좋다. 실속파들이 간신들을 골탕먹이고, 보신주의자들을 몰아내고, 굴신주의자들을 몰아내면, 그게 바로 공화당이 비로소 '정상화'되는 길로 한 걸음 움직인 것이다. 소위 정당이라면 그 정도 때는 묻는 것이고, 거리를 둘 줄도 알고, 이용해 먹을 줄도 알고, 가끔 하얀돼지에게 간식꺼리 던져줘라. 걸레같은 저질인간이 권좌에서 '적당히' 거리를 두도록 말이다. 트럼프가 이렇게 적당히 '처리'되고, 공화당은 트럼프 없이 재기하면 대환영이다.
민주당 떨거지들이 버지니아 뺏기니깐 까는 기사하고는 CNN기사와 어찌 이리 똑 같을까?
사모펀드 출신이라 영악한거지.. 트럼프만 안 내새우면 무조건 이길거라는 판단을 한것이고 그걸 알면서도 못하는 공화당 정치인들은 배짱이 없었고 이친구는 배짱있게 한차이이다. 민주당은 이제 어쩌나 공화당에서 이친구 작전 따라하면 큰일일텐데 그러나 가만히 있을 트럼프가 아니니 그것도 관전 포인트군
일상 생활에 쓰지 못하는 쓰레기도 간혹 퇴비로 유용할 때가 있다. 문제는 한번 사용하기 위해 뿜어내는 불쾌감과 그 역겨움을 매일 매일 견디어 내어야 한다는 것에 있지. 그 업무는 공화 의원들의 각가의 선택인듯...
가짜마음 영혼 양심 염치까지도 가짜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가 염려스러우며 하늘을 보며 좀 도와주십사 빌어봅니다....ㅉㅉ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