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EU 등 제재 강화 예고
▶ 희망 잃은 국민들 탈출 늘 것

코스타리가 거주 니카라과인들이 오르테가 정권 반대 시위. [로이터]
국제사회의 비난 속에서도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정권이 임기를 연장하고 나서면서 중미 빈국 니카라과의 앞날도 더욱 불투명해졌다.
8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전날 치러진 니카라과 대선을 “비민주적 선거”라고 규정했다. 블링컨 장관은 성명에서 “니카라과 정권의 비민주의 행위를 지지하는 이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외교, 동맹과의 공동 행동, 제재, 비자 제한을 계속 적절히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오르테가 정권은 야권 대선주자들을 줄줄이 수감했고, 경쟁자가 없어진 상태에서 오르테가는 손쉬운 4연임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날 투표가 종료된 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곧바로 성명을 내고 “오르테가 대통령과 부인 로사리오 무리요 부통령이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결코 민주적이지도 않은 팬터마임 선거를 지휘했다”고 비판했다.
미국 하원은 이미 지난주 정부가 오르테가 정권에 새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유럽연합(EU)의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도 이날 27개 회원국 명의의 성명에서 “니카라과 정부는 국민이 자유롭게 대표를 뽑을 권리를 박탈했다”며 “7일 선거는 니카라과의 독재 정권 전환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보렐 대표는 “EU는 추가 조치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검토할 것”이라며 제재 강화를 시사했다.
다만 제재가 오르테가 정권에게 얼마나 타격이 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도 나온다. 쿠바와 베네수엘라 정권에 대한 미 정부의 제재도 정권 교체 등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미국으로선 니카라과가 러시아나 중국과 더 밀착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이날 러시아 정부는 니카라과 대선이 “법에 따라” 치러졌다며, 서구 국가들이 대선 결과를 부정하는 것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오르테가의 4연임과 국제사회의 대응이 니카라과의 앞날에 더 먹구름을 드리우리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니카라과의 현대사는 식민과 독재로 얼룩졌다. 200년 전인 1821년 스페인서 독립한 니카라과는 1927∼1933년 다시 미국에 점령됐다. 내전 끝에 미국 치하에서 벗어난 후엔 친미 소모사 가문의 독재가 40년 넘게 이어졌다.
오르테가를 중심으로한 좌익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FSLN)이 소모사 정권을 몰아냈지만, 이제 오르테가 자신이 장기집권 독재자에 가까워진 것이다. 기구한 현대사 속에 니카라과는 미주 대륙에서 아이티 다음으로 가난한 나라가 됐다. 2018년 반정부 시위에 따른 정치 혼란과 코로나19를 겪으며 경제는 더 허약해졌다.
2000~2017년 사이 해외 송금과 외국인 투자 등에 힘입어 연평균 3.9%씩 성장했으나 2018년 이후엔 3년 연속 침체다. 사회보장제도 개혁이 촉발한 2018년의 반정부 시위는 니카라과 경제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충격을 가져왔다. 오르테가 정권의 야권 탄압이 한층 거세진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의 강경 진압 속에 300명 이상이 숨지고 수백 명이 체포됐으며, 10만 명 이상이 탄압을 피해 고국을 등졌다.
독립언론 탄압도 거세져 정부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철저히 차단됐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야권 탄압이 계속되고, 서민들의 생활고도 이어지자 희망 잃은 고국을 떠나려는 사람들은 더 늘었다.
대선 후 오르테가 정권이 더 큰 권력을 휘두르고 미국 등의 제재가 니카라과 경제를 더 옥죄면 탈출 행렬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미국 국경에서 밀입국을 체포하다 체포된 니카라과인들이 지난 1월 575명에서 7월 1만3천391명으로 급증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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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시티=고미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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