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해 자녀들 사건 이후 언론에 첫 모습
▶ 대부분 입양돼… 양부모에 또 학대 받기도
성금 60만 달러 못 받고 교육 어려움 시달려

13남매 학대 혐의로 유죄가 선고된 터핀 부부가 재판을 받던 모습. [로이터]
“그 상황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단어는 ‘지옥’입니다.”
2018년 1월 미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13남매 가정 학대 사건 피해자들이 지난 19일 언론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자녀들을 침대 쇠사슬에 묶고, 영양실조에 빠뜨린 채 집 안에 수년간 감금했던 부모는 17세 딸의 용감한 경찰 신고 이후 처벌을 받고 있다. 하지만 지옥에서 풀려난 자녀들은 여전히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인생을 되찾고자 노력 중이다.
엽기적인 사건이 벌어진 곳은 리버사이드 카운티 페리스시다. 2010년 텍사스에서 이곳으로 이사를 온 터핀 부부는 홈스쿨링을 하겠다고 신고한 뒤 자녀들을 집 안에 가뒀다. 말을 듣지 않는다며 아이들을 침대에 쇠사슬로 한 달 가까이 묶어 놓기도 했고, 7개월 동안 목욕도 시키지 않았다. 주로 땅콩버터 샌드위치나 냉동음식을 먹였고, 그것마저 하루에 한 번밖에 주지 않았다.
큰딸 제니퍼 터핀(33)은 ABC방송 인터뷰에서 “(부모는) 우리를 일어서지도 못하게 했다. 우리는 항상 앉아 있어야 했다. 밤에는 대부분 깨어 있었고 낮에 잠을 잤다”라고 설명했다.
반전은 다른 딸 조던 터핀(20)이 2016년 부모의 구형 휴대폰을 우연히 손에 넣으면서 시작됐다. 그는 팝가수 저스틴 비버의 음악을 들었고 “세상 전체가 다르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비버와 관련된 게시물 댓글에서 자신이 처한 상황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고 ‘경찰에 신고하라’는 조언을 받은 게 결정적이었다.
형제자매들은 조던에게 자신들의 학대 상황을 사진으로 담도록 했다. 부모가 다시 가족을 데리고 오클라호마로 이사를 가기로 하자 2018년 1월14일 조던이 집을 빠져나가 경찰에 신고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는 학교에 가지 않고, 오물 속에서 굶으며 살고 있어요.”
출동한 경찰이 집에서 발견한 것은 지옥도 자체였다. 손목에 멍이 든 영양실조 소녀, 침대 난간에 묶인 채 손목과 발목에 굵은 쇠사슬을 찬 소년 등 2세 아이에서 29세 성인까지 12명이 갇혀 있었다. 부엌에는 쓰레기와 역한 냄새가 가득했다. 경찰은 터핀 부부를 체포했다.
조사 결과 4~5년 전부터 아이들은 집 뒤뜰에도 나가지 못한 채 감금돼 있었다. 그런데 부모는 이들이 과거 디즈니랜드에 갔던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려놓는 등 정상적인 가족으로 위장한 상태였다. 결국 부부는 2019년 4월 고문, 아동 및 부양성년 학대, 아동 방치, 불법구금 등 14가지 중범죄 혐의로 유죄가 인정돼 최소 25년을 복역해야 가석방 심사를 받을 수 있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단죄 이후 자녀들의 삶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조던은 1년 만에 고교 졸업장을 받았고, 제니퍼는 지역 식당에서 일하며 작가를 꿈꾸고 있다. 그러나 다른 가정에 입양된 자녀들은 또다시 양부모의 학대에 시달리기도 했다. 각지에서 답지한 60만 달러 의 성금이 있지만 이들은 아직 이 돈을 받지 못했다.
사건을 담당했던 마이크 헤스트린 검사는 “그들은 (여전히) 지저분하고 범죄가 많은 동네에 살고 있다. 교육을 위한 돈은 있지만 접근할 수도 없다”라며 안타까워했다. 13남매는 학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인생을 제자리로 돌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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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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