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방 ‘반푸틴’ 러중 ‘반미’로 맞서…확전·핵전쟁 위기감 고조도
▶ 우크라 첨단무기 지원 대러 제재, 민주주의-독재 대결 양상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시작된 전쟁이 3일(현지시간)로 꼭 100일을 맞는다.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맞서 싸우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를 뒤덮은 포성과 화염은 멈추지 않고, 평화는 여전히 까마득하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반푸틴’으로 단결한 서방과 ‘반미’로 뭉친 러시아ㆍ중국 간 ‘신냉전 체제’도 더욱 고착화하고 있다. 확전 위험과 핵전쟁 위기도 어느새 눈앞까지 닥쳐 왔다. 우크라이나에 처음 포탄이 떨어진 2월 24일 이후 세계는 완전히 뒤집혔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100일간 용감하게 버텼다. 러시아군의 압도적인 군사력에 단 사흘이면 수도 키이우가 함락될 것이라는 초기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개전 9시간 만에 키이우를 포위했던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결사항전에 밀려 4월 초 키이우 인근과 북부 전선에서 철수했고, 친러시아 반군이 점령한 동부 돈바스 지역으로 군사 목표를 축소했다. 전투는 그만큼 더 잔혹해졌다. 러시아가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와 남부 점령지를 러시아 본토로 연결하는 동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82일 만에 빼앗긴 건 우크라이나에는 가장 뼈아픈 패배다. 2,000명 넘게 숨지고 도시 90%가 파괴된 마리우폴처럼 도시를 봉쇄한 뒤 맹공을 퍼부어 항복을 받아내는 ‘초토화 전술’을 구사하며 러시아는 지금 이 순간에도 한 뼘씩 서진(西進)하고 있다. 돈바스 완전 점령도 임박했다.
서방은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막대한 무기를 실어 날랐다. 미국이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군수 지원만 46억 달러(약 5조7,500억 원)에 이른다. 1일에는 7억 달러 규모 추가 무기 지원안도 내놨다. 고속기동 포병 로켓 시스템,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헬기, 전술차량 등이 두루 포함됐다. 그간 군사적 개입을 꺼렸던 독일도 같은 날 대공 미사일과 레이더 추적기 등 현대식 방공 무기 지원을 약속했고, 영국도 미국산 중거리 로켓 시스템 제공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차원에서 할당한 군사 지원도 20억 유로(약 2조6,700억 원)가 넘는다. 러시아는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투입해 사실상 대리전을 치르고 있다며 반발했다. 수시로 전술 핵무기 전진 배치와 핵전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서방 전체에 대한 위협도 불사하고 있다.
서방은 러시아와의 갈등을 “민주주의 대 독재의 대결”로 규정하고 있다. ‘규칙 기반 국제 질서’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는 서방에 독재국가인 러시아는 절대 타협할 수 없는 대상이다. 고유가와 경제적 파장을 감수하면서까지 러시아를 국제금융망에서 퇴출하고 에너지 수출길을 틀어막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푸틴 대통령의 전쟁 자금줄을 끊겠다는 것이다. 최근 EU는 러시아 원유 수입을 연말까지 90% 줄이는 금수 조치에 합의했는데,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제재로 러시아가 연간 최대 100억 달러(약 12조5,000억 원) 규모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했다.
신냉전 체제 아래 이념을 넘어선 협력은 불가능해졌다. 이제 서방은 주요 20개국(G20)에서 러시아를 축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계 경제 위기, 기후변화, 감염병 확산 같은 공동 대응을 요구하는 의제에서도 서방과 러시아는 전면 대치할 가능성이 커졌다.
러시아는 중국과의 밀착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은 유일한 아군이다. 대러 제재에 불참했을 뿐 아니라 러시아에 철군을 요구하는 유엔 결의안 채택도 무산시켰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는 매년 100억㎥ 규모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계약을 맺어 푸틴 대통령의 숨통을 터 줬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신냉전 구도가 오랜 시간 깨지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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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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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겟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