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예정이었지만, 충분한 시간 확보하려 연기”
▶ 바이든“카슈끄지 암살 책임 물어 사우디 고립”
▶ 11월 중간선거 앞두고‘물가 안정’위해 관계 개선
▶ 사우디 주도 OPEC+ “7~8월 50% 추가 증산” 화답

조 바이든(왼쪽)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로이터=사진제공]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내달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중동 국가를 순방할 예정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사우디가 주도하는 산유국 협의체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가 원유를 증산하겠다고 밝힌 직후다. 사우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취임 전부터 대립해온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중간선거를 앞두고 관계 개선 노력을 펼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4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내달 사우디를 포함한 중동 국가를 방문한다. 애초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말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후 곧바로 중동 순방길에 오를 예정이었으나 중동 순방 일정을 내달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 관계자는 CNN에 “유럽과 중동을 각각 방문하면, 일정과 의제를 계획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이 확보된다”며 방문을 늦춘 이유를 설명했다.
일정을 늦췄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이 사실상 확정됐다는 점만으로도 이목이 집중된다. 사우디는 미국의 전통적 안보ㆍ경제 파트너였으나,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관계가 급랭했다. 2018년 미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이자 사우디 언론인으로 사우디 왕실에는 ‘눈엣가시’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사건이 결정적 이유로 꼽힌다. 사우디 국적의 반체제 언론인 카슈끄지는 터키 주재 사우디 영사관을 찾았다가 살해당했고, 당시 미 정보당국은 빈 살만 왕세자를 배후로 지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이 사건을 언급하며 “사우디를 고립시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비난했다.
실제 대통령의 취임 후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산 원유 금수조치를 취한 미국이 기름값 안정화를 위해 사우디에 화해의 손길을 여러 차례 내밀었지만 단단히 뿔난 빈 살만 왕세자가 뿌리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측에서 빈 살만 왕세자에게 전화 회담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사실도 언론에 보도됐다.
그러나 미국의 관계 회복 시도는 계속됐다.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치솟은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선 중동 국가들의 도움이 절실한데 그 핵심은 사우디이기 때문이다. 중앙정보국(CIA) 수장인 윌리엄 번스 국장이 3월 중순 극비리에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 빈 살만 왕세자와 회동하면서 단단히 꼬였던 양국 관계의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바이든 행정부는 아모스 호크스타인 백악관 에너지 특사 등 고위 인사를 보내며 공을 들였다. 그리고 바이든 대통령의 내달 중동 방문 기간 동안 빈 살만 왕세자와의 회동으로 양국 관계 정상화의 마침표를 찍겠다는 것이 미국의 계획으로 보인다. 원유 증산을 요구하는 미국의 지속적인 요구를 거부하던 OPEC+가 2일 오는 7~8월부터 하루 64만8,000배럴씩 증산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런 과정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OPEC+가 밝힌 증산량은 기존 증산량(하루 43만2,000배럴) 대비 50%가량 늘어난 수치다.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소식이 알려지자 카슈끄지의 약혼자였던 하티스 젠기스는 ‘실망스럽다’며 비판했다. 젠기스는 “바이든이 빈 살만을 만난다면, 그는 이미 도덕적 잣대를 잃어버린 상태일 것”이라며 “빈 살만과 만나겠다는 결정이 나를 포함해 정의와 자유를 지지하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큰 실망을 줬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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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사우디도 이라크와 같이 미국이 손을 봐서 이런 썩어빠진 왕국으로부터 자유로와져야 할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