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신 접근성·식량위기 대응 등 사무총장 “다자주의 복원” 역설
▶ 글로벌 교역 활성화 이끌었지만 미중 갈등속 영향력 급속 약화

제12차 WTO 각료회의가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막했다. [로이터]
전 세계 ‘자유무역’ 질서를 이끌어온 세계무역기구(WTO)의 각료회의가 5년 만에 개최됐다. 이번 회의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19의 상흔으로 전 세계가 신음하는 와중에 열렸지만 글로벌 위기로 각자도생 기조가 갈수록 강화돼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이 팽배하다. 오히려 분열과 탈세계화 시대를 맞아 WTO 무용론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WTO 사무총장은 지난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12차 WTO 각료회의 개막 기자회견에서 “(2017년 회의 이후) 세계는 변했다. 확실히 더 복잡해졌다”면서 “국제사회에 닥친 ‘다중위기(polycrisis)’ 해소를 위해 각국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WTO 이코노미스트들은 세계 경제가 독립적인 무역 블록으로 분리될 경우 전 세계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약 5%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오콘조이웨알라 사무총장은 이어 세계 통상장관들에게 “WTO가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줘야 한다”면서 코로나19 백신 접근성 확보, 식량 위기 대응 등에 대한 합의 도출을 촉구하고 다자주의 복원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번 회의의 어젠다는 △코로나19 백신 지식재산권 유예 △수산보조금 금지 △식량·에너지 위기 해소 △WTO 개혁 등이다. 특히 백신 지재권 유예와 식량 위기 해소 문제는 각 국가와 다국적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첨예한 현안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현재 WTO의 위상과 선진국들의 소극적인 참여를 감안할 때 세계 각국이 의미 있는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1995년 설립된 WTO는 이후 30년간 글로벌 교역 활성화를 견인해왔지만 미중 경쟁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관세 분쟁 이후 미국의 외면을 받으면서 영향력이 급속히 약화돼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13년 이후로는 새로운 합의를 도출한 적이 없으며 WTO의 ‘재판정’ 격인 분쟁해결기구(DSB)는 미국의 반대에 부딪쳐 총 7명의 상소위원 중 단 1명도 충원하지 못해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WSJ는 “지난 수년간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이 세계화에서 리쇼어링·프렌즈쇼어링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며 현 상태에서 WTO의 지속 가능성과 존재 가치에 의문을 표하는 회원국들이 적지 않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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