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인권재판소 “인권 유린 해당” 영국 정부에 긴급명령 이륙 제동
▶ 존슨 “인권재판소 탈퇴도 검토” 향후 난민 추방 강행 의지 분명히

영국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이주민 센터 근처에서 난민들의 르완다행 이송을 위한 비행기 탑승을 반대하며 도로 위에 누워 길을 막고 있다. [로이터]
영국이 불법 이주민과 난민을 르완다로 강제 추방하는 방안을 실행에 옮기려 하자 유럽인권재판소(ECHR)가 긴급명령을 통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아프리카는 물론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온 난민들을 생면부지의 땅인 르완다로 이송하는 건 인권 유린에 해당한다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영국은 불법 이주민의 입국 근절을 위해선 필요한 조치라며 ECHR 탈퇴까지 거론하는 등 강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ECHR는 이날 영국 정부에 “(당사자들에게) 불가역적인 피해를 줄 위험이 있다”며 불법 이주민과 난민을 르완다로 추방하려는 계획을 중단하라고 긴급 명령했다. 영국은 브렉시트(Brexit)를 통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했지만, ECHR 회원국 자격은 유지하는 중이어서 ECHR 명령이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앞서 영국 정부는 이날 불법 이민자 등을 태운 르완다행 비행기를 처음으로 출발시키려고 했다.
영국 정부는 유럽에서 영불 해협을 건너 자국으로 밀입국하는 이주민들을 막고 이들을 중개하는 범죄조직까지 괴멸시키기 위해선 르완다행 이송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영국으로 건너오는 불법 이주민과 난민 신청자들은 지난 2020년 8,404명에서 지난해 2만8,526명으로 3배 넘게 늘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난민들이 탄 배가 가라앉는 등 대형 인명피해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영국 고등법원이 최근 인권단체가 낸 르완다행 이송 가처분신청을 기각하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인신매매범들이 생명을 위험에 처하도록 두면 안 된다”고 환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국의 이주민 르완다행 이송 방안은 이주민을 향한 인권 유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르완다 정부 자체가 언론을 통제하고 해외로 망명한 반체제 인사를 암살하는 등 인권 보호에 문제가 있는 국가여서 영국에서 이송된 이주민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영국으로 향하는 이민자들의 행렬을 막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밀입국 범죄조직들은 해양 경찰의 순찰 시간을 파악하는 등 치밀하게 움직이는 데다, 밀입국 과정 자체가 소규모 점조직 형태로 운영돼 범죄조직의 일망타진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코노미스트는 “가장 중요한 건 영국행을 택하는 난민 자체가 현재 많다는 것”이라며 “이들 대부분은 전쟁과 폭력, 박해를 피해 달아나는 이들”이라고 전했다.
ECHR의 이번 명령으로 이주민을 르완다로 보내려는 영국 정부의 계획은 다음 달까지 미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ECHR의 조치가 법적으로 적합한지를 따지는 데 수주 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서다. 하지만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ECHR 회원국에서 탈퇴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며 난민의 르완다 이송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영국 정부 관계자는 이코노미스트에 “영국 대법원과 고등법원까지 이번 방안을 허용했는데도 ECHR가 가로막았다”며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옵션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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