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한 폐렴’ 도입 2년 만에 중단
▶ ‘야생동물 섭취시 팬데믹’ 의식
2020년 중국 우한에서 폐렴이 처음으로 확산됐을 때 제정된 야생동물 거래 금지법의 시행이 2년 4개월 만에 중단됐다. 중국 당국은 “다른 야생동물 관련법이 개정돼 거래 금지법의 쓸모가 없어졌다”고 설명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중국 기원설’을 의식한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한 폐렴과 코로나19는 한때 사실상 같은 용어로 사용됐으나,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시작됐다고 못박음으로써 중국·아시아 혐오를 부채질한다”는 이유로 코로나19로의 용어 통일을 권고했다.
펑파이와 차이나데일리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중국 시장감독총국과 농림축산식품부, 국가임업조치국 등 3개 부처는 지난 17일 야생동물 거래 금지법의 시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법을 사실상 폐기한 것이다. 이 부처들은 “당국이 야생동물 보호법을 개정함에 따라 ‘야생동물’과 ‘가축류’라는 법적 용어의 구분이 명확해진 만큼 2020년 도입한 법은 존재 이유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2020년 2월 야생동물 거래 금지법을 공포했다. 농수산물시장이나 마트, 식당, 인터넷 등에서 야생동물을 거래할 수 없으며, 야생동물을 사육하거나 운반하는 행위까지 모두 범법 행위로 규정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의학계는 박쥐와 천갑산 등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매개체 또는 숙주로 지목했다. 실제 우한의 화난 수산물도매시장에서는 박쥐, 늑대, 사향고양이, 악어, 여우 등 각종 야생동물이 식용으로 팔리고 있었고, 각국은 야생동물을 음식과 약재로 섭식하는 중국을 코로나19 발병의 진원지로 지목했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을 포함한 미국 정부 인사들은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 “우한 바이러스”라고 부르며 중국을 몰아세웠다. 야생동물의 무분별한 식재료화에 뜨끔했던 중국 정부가 야생동물 거래를 엄단하기 위해 부랴부랴 마련한 게 이 법이었다.
2년 4개월 만에 법을 무효화한 배경에는 중국이 “야생동물 섭식 문화가 팬데믹의 시작”이라는 국제사회의 시선을 피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우한에서 폐렴이 번지기 시작했을 때 만든 법이 존재하는 한 중국이 코로나19의 발원지라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군이 우한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유입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등 코로나19의 중국 기원설을 강하게 부인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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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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