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RA 주요 내용 살펴보니
▶ 배터리업계 원산지 요건 완화, 양극재 음극재 광물로 분류
‘북미 최종조립 규정’ 불변, “IRA 취지 무시” 의회 불만

연방 재무부가 전기차보조금 세부지침을 발표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차량 시승을 위해 제네럴모토스(GM)의 전기차 공장을 방문했다. [로이터]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배터리 세부 지침에서 한국 기업들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 현재의 공정에서도 대부분 보조금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한국 배터리 업계의 미국 진출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기차를 북미 지역에서 제조해야 한다는 ‘북미산’ 규정은 끝내 바뀌지 않아 현대자동차는 조지아 전기차 공장 완공 전까지는 IRA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 어렵게 됐다. 연방 의회는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 유리하게 해석된 세부 지침이 의회의 권한 침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북미 공급망 강화’를 위해 IRA를 통과시킨 의회의 취지와는 반대되는 해석을 정부가 내놨다는 것이다.
연방 재무부는 지난달 31일 IRA 전기차 세액공제 세부 지침을 발표하며 당초 법안 내용대로 △북미에서 제조 또는 조립한 부품을 전기차 배터리에 50%(2029년 100%로 연도별 단계적 상승) 이상 사용한 경우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의 40%(2027년 80% 이상으로 연도별 단계적 상승) 이상을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경우 각각 375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규정은 4월 18일부터 적용된다.
핵심적인 내용은 양극판·음극판을 부품으로 분류했으나 이를 이루는 ‘구성물질’은 부품에 포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 배터리 업계는 대부분 양극 활물질 단계까지 한국에서 가공한 후 미국에서 최종적으로 양극판, 음극판을 제조하고 있어 IRA의 ‘미국산’ 부품 조건을 맞추는 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고급 전기차 대부분이 장착한 삼원계(NCM) 배터리에 사용되는 양극재와 음극재 시장에서 한국 배터리 업체들은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핵심 광물의 경우에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서 수입한 재료를 미국과 FTA를 맺은 한국에서 가공해도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등 미국과 FTA가 없는 나라에서 수입한 광물을 한국이 가공해서 부가가치 기준(50%)을 충족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국내 업체들은 니켈 등 배터리 핵심 광물을 미국과 FTA를 맺지 않은 국가에서도 조달하고 있으나, 이를 한국에서 가공해도 보조금 지급을 받을 수 있는 만큼 IRA 혜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또한 일본처럼 미국과 별도의 광물 협약을 맺은 국가에도 FTA 체결국과 같은 지위를 부여하는 등 ‘광물 얼라이언스’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연방 재무부는 지난해 12월 내놓은 백서에서 IRA의 전기차 배터리 부품 및 핵심 광물 관련 세부 지침의 제정 방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눈길을 끈 대목은 배터리의 핵심 요소인 양극재와 음극재를 부품이 아니라 핵심 광물과 비슷한 ‘구성 소재’로 구분했다는 점이다. 양극재와 음극재를 부품으로 간주하면 북미에서 제조·조립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지만 핵심 광물로 분류하면 미국과 FTA를 체결한 한국에서 생산해도 세제 혜택을 받게 된다.
이번 세부지침에서는 이 같은 백서의 취지가 그대로 반영됐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부품으로 분류된 양극판과 음극판은 양극재와 음극재를 최종적으로 부품화 한 단계로 볼 수 있다”면서 “이는 이미 미국에서 제조되고 있기 때문에 IRA 부품의 핵심 조건인 미국산 요건을 채우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공격적인 생산 시설 확장에 나서는 미국 배터리 부품·소재 업체들의 불만이 제기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IRA 전기차 보조금과 관련해 한국 등 외국 기업의 수혜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해온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은 재무부가 노골적으로 의회의 의지를 무시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그는 “지침이 궤도를 벗어나 IRA의 입법 취지를 훼손할 경우 할 수 있는 무엇이든 하겠다. 법정에 가야 한다면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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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기자·윤홍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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