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와이 마우이섬 산불 피해지역에서 불탄 주택과 자동차[로이터=사진제공]
하와이 최악의 산불 피해를 겪은 마우이섬 주민들이 삶의 터전이었던 집터를 다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25일(현지시간) 하와이 당국에 따르면 마우이 카운티는 이날 오전 8시부터 다음 날 오후 4시까지 화재 피해지역인 라하이나의 일부 구역을 주민들에게 개방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라하이나 시민센터에서 해당 구역 진입을 위한 차량 통행증을 발급받아 자신이 살던 집터를 둘러볼 수 있게 됐다.
당국은 라하이나 전체를 20여개 구역으로 나눠 순차적으로 주민들에게 개방했다.
또 현장에 아직 유해 물질이 다량 남아있는 점을 고려해 통행증 발급 시 보호 장비도 지급했다.
앞서 당국은 지난달 8일 화재 발생 이후 사흘 만에 주민들의 현장 진입을 일시 허용했다가 실종자 수색 필요성과 현장의 유독 물질 영향 등을 이유로 접근을 다시 차단한 바 있다.
주민들이 시간을 두고 여유 있게 현장을 둘러볼 수 있게 된 것은 화재 이후 48일 만인 셈이다.
대릴 올리베이라 마우이 재난관리청 임시청장은 "주민들이 충분히 사색하거나 슬퍼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자신의 옛 집터를 확인한 고령의 주민 노린 월스는 지역 방송사 '하와이안 뉴스 나우'와의 인터뷰에서 "오늘 처음 봤는데, 상태가 정말 나쁘다"며 말을 더 잇지 못하고 울먹였다.
그의 손녀인 토니 스미스 카타야마는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지만, 우리는 직접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오늘 오게 됐다"며 "우리 집에 가서 무엇이 남아있는지 확인하고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말 감당하기 힘든 일이지만, 최선을 다해 헤쳐 나가려 노력하고 있다"며 "그것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잠시 후 감정을 추스른 월스는 "그저 우리 가족이 모두 무사했다는 데에 감사할 뿐"이라며 "집을 잃은 것은 문제지만, 살아남은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라하이나에서 13년 동안 거주한 제스 클레이든은 자신의 집터를 둘러본 뒤 현관문 밖에 놓여 있던 바다 모형의 유리 항아리 말고는 알아볼 수 있는 것이 없다고 AP통신에 전했다.
하지만 그는 이 작은 항아리라도 가져가고 싶다면서 "내가 여기서 무엇을 찾든, 집의 한 조각이라도 가져갈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8일 마우이섬 서부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번지면서 해변 마을 라하이나를 덮쳐 최소 97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는 하와이 역사상 최악의 인명 피해를 낸 재난으로 기록됐다.
이 화재로 여의도(2.9㎢)의 약 3배에 달하는 2천170에이커(8.78㎢) 면적이 불탔고 주택 2천200여채가 파괴됐다.
현재 이재민 약 7천500명이 호텔이나 에어비앤비로 쓰이던 임대용 숙소 등에 임시로 머물고 있다.
당국은 정부 지원금과 외부 기부금 등을 이용해 이재민들에게 2025년까지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 보조금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최대 3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독성 물질 제거 작업을 끝낸 뒤 잔해물 철거·제거를 시작하고 본격적인 재건 작업에도 들어갈 계획이다.
당국은 이 지역의 재건에 필요한 비용을 60억달러(약 8조원)로 추산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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