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진, 1970년 이후 56개국서 발생한 인플레 111건 분석
▶ “대부분 실패는 ‘너무 이른 축하’와 관련”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진정 및 그에 따른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 이목이 쏠린 가운데, 세계적으로 5년 이내에 인플레이션이 잡힌 경우는 60%가 안 된다는 국제통화기금(IMF) 연구진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3일 IMF 홈페이지에 따르면 아닐 아리 이코노미스트를 비롯한 연구진은 '100번의 인플레이션 충격과 정형화된 사실 7가지' 제목의 보고서에서 1970년부터 지금까지 56개국에서 발생한 인플레이션 111건을 분석한 결과 64건(57.6%)만 5년 안에 문제가 해결됐다고 밝혔다.
게다가 인플레이션이 성공적으로 잡힌 경우도 충격 이전과 비교해 1%포인트 이내로 물가 상승률이 내려오는 데 평균 3년이 넘게 걸렸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1973∼1979년 석유파동 당시 수출입 물가 등 교역조건 충격이나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발생한 인플레이션은 61건으로, 이 경우 5년 내 인플레이션 대처에 성공한 확률이 47.5%(29건)로 낮았고 기간도 3.5년으로 더 길었다.
인플레이션이 1년 이내에 잡힌 경우는 12건(10.8%)에 불과했으며, 이 중 7건은 1998년 한국과 같이 금융위기 상황이었다.
해당 연구 결과는 각국이 인플레이션에 대처할 때 단기간에 물가가 잡히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경우 2021년 연초만 해도 1%대에 그쳤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이 급격히 오르는데도,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그해 잭슨홀 회의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해 '일시적'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2022년 6월 CPI 상승률이 약 40년 만에 최고인 9.1%를 찍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연준은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금리 상단을 0.25%에서 5.5%로 올린 상태다.
여기에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그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공급망 혼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 및 코로나19 진정에 따른 수요 회복 등이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CPI 상승률이 3.7%로 나온 가운데, 연준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기준금리를 '더 높게 더 오래'(higher for longer) 유지하겠다는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메시지를 내놓으며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를 누르려 하는 상황이다.
한편 연구진은 조사 결과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한 대부분의 경우는 너무 일찍 물가 안정을 축하한 것과 관련 있다고 평가했다. 인플레이션이 잠시 진정됐지만 이후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재상승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1973년 미국의 사례도 포함되며, 연준이 최근까지 '매파적 동결' 입장을 취하는 것도 시장의 기대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라는 평가가 나온다. 연준은 1970년대 인플레이션 대처 과정에서 보였던 정책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또 인플레이션 진정에 성공한 국가들은 긴축적 정책을 더욱 고강도로 지속해서 추진했다. 명목임금 상승률이 낮고 통화가치 절하 폭도 비교적 작았으며, 5년 이내 단기간에 심각하지 않은 저성장을 경험했다는 특징이 있었다.
연구진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각국 경제가 장기간에 걸친 인플레이션과의 싸움 중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어 당분간 긴축적 통화·재정정책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며, 인플레이션 완화 징후가 보인다고 해서 긴축 강도를 풀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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