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시 운전을 하는 58세 남성 A씨는 6개월 전부터 눈이 침침해지기 시작했다. 노안 탓인가 하며 대수롭지 않게 지내던 A씨는 한 달 전부터는 시야가 좁아지면서 차 번호판은커녕 차선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기 시작했다. 동네 안과를 찾아 검사를 해보니 시야결손으로 뇌종양이 의심된다는 말을 들었다. 종양이라는 말에 덜컥 겁이 난 A씨는 대학병원을 찾아 추가 정밀 검사를 받은 결과, 뇌하수체 종양을 진단받았다. 진단 후 신경외과에서 수술을 받은 A씨는 다행히 정상 시야를 회복해 지금은 증상 없이 잘 지내고 있다.
# 34세 여성 B씨는 결혼 후 불임으로 산부인과를 찾았다. 결혼 전 생리불순이 있었지만 단순히 직장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호르몬 검사 결과 프로락틴 수치가 정상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이 호르몬의 과다분비가 난임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확인됐다. 프로락틴 분비 뇌하수체 종양으로 진단받은 B씨는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약물치료를 받았고, 1년 후 다행히 임신이 가능했다. 지금은 정기적으로 추적 관찰을 하며 둘째 임신도 계획하고 있다.
뇌하수체는 신체에 필요한 호르몬 분비 조절 중추다. 시상하부 아래쪽으로 튀어나온 모양을 하고 있으며, 유즙분비호르몬(프로락틴), 성장호르몬 등 호르몬 분비를 통해 신체에 직접 영향을 끼치기도 하고, 부신피질자극호르몬이나 갑상선자극호르몬, 성선자극호르몬 등을 분비해 부신피질이나 갑상선, 생식기관 등 다른 내분비기관의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 역할도 한다.
이 뇌하수체에 생기는 종양은 대부분이 양성 종양이고, 원발성 뇌종양의 약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교적 흔하다. 다양한 호르몬을 분비하는 뇌하수체의 특성상 뇌하수체 종양은 호르몬 분비 여부에 따라 ‘기능성 종양’과 ‘비기능성 종양’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에 따라 치료 계획과 예후가 달라진다.
‘기능성 뇌하수체 종양’은 특정 호르몬 분비로 매우 특징적인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비교적 빨리 발견되는 편이다. 예를 들어 프로락틴 과다 분비는 성욕 상실, 불임 및 골다공증이 생길 수 있고, 특히 여성에서는 생리불순이나 유즙분비가 나타나게 된다.
반면에 ‘비기능성 뇌하수체 종양’은 특징적인 증상이 없어 종양이 상당히 커진 후에 발견되는 편이다. 종양이 커지면서 뇌하수체 주변 시신경이나 뇌조직 등을 압박해 시력저하나 시야결손, 눈근육 마비, 두통, 뇌하수체 기능 부전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뇌하수체 종양은 혈액검사를 포함한 호르몬 평가와 뇌 MRI 등 영상검사로 비교적 어렵지 않게 진단할 수 있다. 뇌하수체 종양의 위치와 형태를 보기 위한 영상 검사로는 MRI가 가장 유용하고, 시야결손 여부는 시야검사로 확인하게 된다. 또한 호르몬 과다분비 또는 뇌하수체 기능 저하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뇌하수체 호르몬에 대한 충분한 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뇌하수체 종양은 증상이 없거나 크기가 작을 때에는 치료 없이 경과 관찰이 가능하고, 수술만으로 완치도 가능하다. 특히 기능성 뇌하수체 종양은 혈압, 당뇨병, 심장병 등 각종 질환의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며 환자의 수명과 삶의 질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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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황기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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