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헝가리의 야경, 국회 의사당.
서유럽, 북유럽 여행을 거쳐 유럽 여행의 마지막 코스 동유럽. 거기다 발칸 아드리아해가 드리워져 있는 크로아티아까지, 그것도 단 한 번에 둘러보다니 이거야말로 일석이조 아닌가. 너무 설레고 기대에 부푼 여행이었다.
여행사에서 제공한 지도에 13일 동안 15개 도시를 방문하는, 점선으로 표시한 일정표는 여행으로 들뜬 마음에 그저 아름답게만 보였다.
공항에서 대기 시간을 포함(비행시간 9시간) 14시간 만에 뮌헨 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곧바로 버스에 올랐다. 이번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여행객 21명과 여행사에서 인솔자로 나온 직원 한 분, 현지에서 파견된 가이드 한 분, 기사 한 분, 그리고 대형 버스가 12일 동안 우리와 함께 할 운명 공동체가 된 것이다. 21명의 여행자들은 60대 초반에서 80대 초반이었는데, 70대 초반인 내가 10번째 정도의 나이대였고 모두 여행 경험이 많은 분들이라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우리의 여정은 하루 400Km~500Km, 평균 4시간에서 6시간을 버스로 이동했는데 12일 동안 무려 5,000여Km를 달렸다. 그러니 워싱턴에서 LA까지 대륙 횡단(약 3,200mile)을 하는 대장정을 이루어낸 것이었다.
하루 한 번씩, 12차례 짐 싸는 것은 가히 피난민 수준이 아니었을까? 고생도 여행의 한 추억이라 하기엔 너무 가혹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몸이 피곤하면 마음도 피곤한 법. 지친 몸을 추스르는 버스에서의 단잠은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다.
나의 주치의 선생님은 “나이가 들면 감흥도 떨어집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여행의 즐거움을 느낄 감흥조차 호사스럽게 느껴짐은 피로의 겹침이 아니었을까? 그나마 조금의 위로가 되었던 것은 가이드 나름 최선을 다하려고 애썼던 점과 여행사 직원의 최선의 노력이었다.
동유럽 음식, 특히 체코, 헝가리, 오스트리아의 주식은 돼지고기, 닭고기, 감자인데 건강을 위해 고기의 기름기를 뺀 조리 방식이 나에게는 맞지 않았지만 호불호가 있기에 음식 문화는 생략하기로 한다.

① 불 꺼진 체코 비투스 성당과 카를교. ② 국회의사당의 낮 풍경. ③ 비투스 성당의 기고일. ④ 웅장한 비투스 성당.
▲체코(Czech)와 프라하
6세기 민족 대이동으로 슬라브인들이 정착해서 7세기 초 슬라브 부족 국가가 탄생되었다. 9세기 초에는 체코족과 슬라브족이 결합된 초기 국가 형태를 갖추었고, 1355년 찰스 4세가 신성로마제국 황제로 즉위 후 프라하가 제국의 중심이 되었다.
체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카를교(일명 찰스 4세 다리)와 성 비투스 사원에 대해 소개해 볼까한다. 카를교는 볼디바 강 위에 있는 다리로 1357년에 건설이 시작되어 1402년에 완공되었다(이 당시 우리나라는 고려시대 공민왕에서 조선 건국 무렵). 그러니 경탄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 다리의 길이는 62m, 넓이는 10m, 16개의 아치로 다리 상판이 지탱되었고 3개의 교탑이 카를교를 지키고 있다. 다리 위의 상판에는 30개의 조각상이 장식되어 있는데, 대부분이 바로크 양식이다(1700년대 유행). 이 다리로 인해 프라하는 서유럽과 동유럽을 잇는 중요한 루트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말과 글로 표현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대단한 광경이었다.
성 비투스 대성당은 높이 124m, 폭 6m, 종탑은 96.5m인데 한 장의 사진에 담을 수 없는 거대한 크기의 대성당이다.
이 성당은 동프랑크 왕국의 국왕 헨리 1세가 체코의 최초 나라인 보헤미아 공국의 바츨라프에게 동프랑크 수호성인인 성 비투스의 팔뼈 일부를 선물 받아 그 유해를 모시기 위해 만든 것이 건립 취지라 한다(929). 1344년 카를 4세 때 공사가 시작되어 585년이 흐른 1929년에 완성 되었다 한다.
신당 외관은 고딕이지만 후기 고딕과 르네상스 바로크와 신 고딕 양식도 만나 볼 수 있으며, 기고일(Gargoyle)은 빗물이 고이지 않고 아래로 흘러내리게 하는 시설물이지만 어둠의 힘을 막으려는 의미도 있다 한다.
이 성당은 그동안 봐 왔던 그 어떤 유명한 성당과도 느낌이 확연히 달라 보였다. 웅장하고 화려하면서도 아주 묘한 분위기가 보는 사람을 압도하는 것은 여러 명의 체코 왕과 여러 성자들 그리고 영주, 귀족, 대주교들의 유골이 안치되어 있어서일까?
체코 프라하는 프랑스 파리의 아기자기하고 화려함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웅장함을 합친 고풍스런 도시로 건물 하나하나가 몇 백 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몇 날을 보아도 양이 차지 않을 것 같은 인상과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한나절 만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헝가리와 부다페스트
체코를 떠나 헝가리 부다페스트(Buda pest)에 도착했다. 부다페스트는 헝가리의 수도이자 최대 도시다. 다뉴브 강 사이에 있는 부다(Buda)와 페스트(Pest)라는 도시가 통합되어 현재의 이름이 된 것으로 부다에는 왕궁, 관청가, 귀족 등의 지배층이 살았고, 페스트에는 서민들이 살았다(페스트는 도자기 굽는 마을이란 뜻).
영웅 광장은 1896년 만들어진, 헝가리 국가건설 7인을 기념하는 곳으로 조형물들이 상당히 웅장하다. 또한 부다페스트하면 빼놓을 수 없는 국회의사당(건축가 슈타인들 임레)은 고딕 양식으로 1902년에 완공되었다. 대략 10만 명의 인부가 동원되었고 4,000만 개의 벽돌과 40Kg의 순금, 50만 개의 보석들이 이 건물을 짓는데 사용되었다고 한다(1885~1902). 이 국회의사당 건물은 세계에서 두 번째 크기라 한다.
세계 3대 야경이라 불리는 부다페스트 다뉴브 강의 야경은 7년 전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 숙연함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명소임엔 틀림없다.
현지 가이드의 권유로 선물 센터로 향했다. sport Gel(악마의 발톱)이 유명하단다. 여행객들의 귀는 너나 할 것 없이 팔랑귀인가 보다. 손에 가득 악마의 발톱을 들고 헝가리를 떠난다. 크로아티아는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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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권 문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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