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로우스톤처럼 깊은 숲속에서는 자연 발생적인 산불이 자주 발생하며 이것은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모습이기도 하다.
엘로우스톤 지역의 주 수종인 로지폴소나무(Lodgepole Pine)는 씨앗이 기름 층으로 되어있어 그 자체로는 표면이 썩지 않아 잘 발아되지 않는다. 화재가 일어나야 씨앗의 표면이 제거되고 쉽게 발아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로지폴소나무 군락이 번성기를 거쳐 노후화되면 온갖 병균과 해충에 공격을 받아 숲 전체가 황폐화 된다. 이 단계에 도달하면 종족의 자멸을 피하고 새 출발하기위해 로지폴소나무는 자신을 스스로 불사른다.
이러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를 통해 발생한 불길로 인해 해충과 병균은 모두 타 죽는다. 불길을 이용하여 로지폴소나무는 씨앗의 껍질을 벗고 새로운 후손을 발아한다.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간다. (마크 뷰케논의 ’Ubiquity’ 중에서)
정상적인 숲은 5-7년마다 자연적으로 작은 불을 일으키게 되어 있다. 작은 산불이 자주 일어나지 않은 오래된 숲은 극도로 위험하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삶을 열기위하여 스스로 불태우는 숲처럼, 습관적으로 쌓여있는 자신의 옛것을 태워 없앨 수 있어야 한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삶의 행간에 오래 쌓인 마른 낙엽을 적극적으로 비워내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도약할 수 있고 새것으로 다시 채울 수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문뜩 다가와 있는 늙음을 갱신하려면 자기 비움의 결단은 필수다.
자기 비움은 창조적 도약의 시원(始原)이다. 자기 비움 없이 삶의 혁신과 새로운 역사로의 진입은 없다. 17세기 영국의 청교도들은 영국 국교회가 성도들에게 영적 자양분을 공급해 주지 못한 것에 실망했다.
성직 매매, 성직 임명제도, 교회의 세속화가 영국교회의 부패를 낳았다고 청교도들은 판단했고 그들은 곧 그것을 버리기 시작했다. 역사학자 피터 프랭코판은 말했다. “17세기의 청교도들은 영국의 중산층 가정이 종교적 헌신과 순결을 외면하고 식탁위에 중국산 도자기 놓기에 정신이 팔린 부요와 풍요에 항의하여 아메리카로 이주했다.”
1620년 11월 북미 동북부 플리머스에 도착한 청교도의 숫자는 고작 102명에 불과했다. 청교도들은 회심 신앙, 단순, 겸손, 검소, 경건의 삶을 살 것을 갈단하고 공동체의 이름으로 사회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을 ‘메이플라워 서약(The Mayflower Compact)’라고 한다. 노후화 된 로지폴소나무가 스스로를 불태운 것처럼 부패한 옛것의 과감한 포기가 새로운 청교도 공동체를 형성하였고 위대한 미국 건국의 근간이 되었다.
위기에 처했을 때는 버리는 것을 잘해야 한다. 선박이나 항공기가 비상상황에 직면했을 때 사람의 생명을 제외한 화물이나 연료를 바다에 투기(投棄)하는 것을 ‘제티슨(jettison)’이라고 한다. 아무리 값비싼 물건이라도 난파 위기를 만났다면 포기하는 것이 원칙이다.
출애굽의 모세가 위대한 것은 오직 하나님이 주신 지팡이 하나만 붙들고 홍해를 건넜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스라엘 백성의 이삿짐 보따리 안에는 우상의 모양을 새긴 금은 팔찌와 불순물이 많았다, 이것이 나중에 이스라엘 공동체를 총체적으로 뒤흔든 정체성의 위기를 불렀다.
사도 바울은 말했다.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좇아가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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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만/목사·AG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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