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의 명장, 강감찬은 어려서부터 체구가 왜소하고 병약했다. 학문에 뛰어나 문과에 장원 급제를 하였어도 너무 나이가 많았고 존재감도 미미하여 변방의 작은 관직을 전전하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어쩌면 그 스스로도 자신의 무력함을 한탄하며 ‘찌질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세상의 시선 또한 그를 평범하고 특징 없는 인물로 보았을 것이다.
강감찬 장군의 일대기를 되짚어보면 찌질했던 시기라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빛나기 위한 어둠이었다". 그의 젊은 시절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흔히 떠올리는 용맹하고 강인한 장군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서기 983년 강감찬의 나이 36세에 문과에 장원 급제를 하여 관직을 시작했는데 그당시 남성의 평균 연령이 39.7세일 때였다. 그러니 긴 세월동안 보잘것 없다고 여겨지는 어둠의 시기를 보냈던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 ‘어둠' 속에서 강감찬은 자신만의 빛을 키워나갔다. 변변찮은 관직에 머물며 그는 세상의 흐름을 읽고, 백성의 삶을 이해하며, 끊임없이 지략을 갈고 닦았고 전투의 최전선에 서기보다는, 물러서서 더 큰 그림을 그리는 법을 배웠다.
그의 왜소한 체구와 병약함은 오히려 그를 내면의 성장에 집중하게 만들었고, 겉으로 드러나는 힘이 아닌 진정한 지혜와 통찰력을 키우는 자양분이 되었다. 그렇게 27년을 한직에서 떠돌다 1010년 거란이 침입했을 때 처음으로 중앙무대에 올라왔고 현종의 항복을 반대하고 거란의 시간을 빼앗는 몽진을 주장하였고 마침내 거란의 철군으로 고려 황실을 지킬 수 있게하였다.
그리고 8년동안 거란의 재침을 완벽하게 준비하여 승리로 이끌면서 귀주대첩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을 통해 비로소 빛을 발하였다. 거란의 최정예 기병 10만이 고려를 침략했을 때, 모두가 패배를 예상하고 두려움에 떨었지만, 칠순의 노구에도 강감찬은 흔들림 없었다.
그가 오랫동안 갈고 닦았던 지략과 통찰력이 이때 빛을 발한 것이다. 그는 흥화진 전투에서 강물을 이용한 기발한 전략으로 거란군을 혼란에 빠뜨렸고, 귀주 들판에서는 완벽한 지형지물 활용과 병력 배치를 통해 거란의 대군을 궤멸시켰다.
당시 세계 최강의 거란 군대에 대한 승리는 단순히 전쟁에서 이긴 것을 넘어, 고려의 자주권을 지켜내고 동아시아의 국제 질서에 큰 영향을 미친 역사적인 사건이다. 그리고 이 승리의 중심에는 한때 ‘찌질하다'고 여겨졌던 강감찬이 있었다. 그의 찌질했던 젊은 시절은 귀주대첩의 찬란한 승리를 위한 밑거름이었고, 그를 더욱 단단하고 지혜로운 인물로 만들어 주기 위한 ‘빛나기 위한 어둠의 시대'였던 것이다.
강감찬 장군의 일대기는 우리가 보잘것 없고 나약하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사실은 더 큰 성장을 위한 소중한 시간일 수 있다는 것을 깨우쳐 준다. 당시에는 ‘어둠'처럼 느껴졌던 시련과 고통이 돌이켜보면 훗날의 영광을 위한 ‘빛나기 위한 어둠의 시대'였다. 사실 우리 모두 빛을 만드는 어둠의 시대를 겪었다. 그래서 그 어두웠던 시대를 트라우마에 가두어서는 안된다.
미주 한인들의 최초 이민은 1903년 나라를 잃고 하와이 사탕수수밭으로 온 노동이민이었다. 두번째로는 1950년 전후 미군과의 결혼과 전쟁고아 입양 이민이였다. 그리고 세번째로 1965년부터 1990년대 유학생과 노동이민, 전문직 이민, 그리고 가족 이민을 통한 이민이었다.
그러나 이민생활은 쉽지 않았다. 영어와 문화에 서툰 관계로 미국인들이 싫어하는 3D 업종의 고된 노동 그리고 소상인으로서 지역 주민들과의 크고 작은 충돌이 자주 있었고, 급기야 4.29 LA 폭동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았지만 미주 한인들은 빛나기 위한 어둠의 시대를 개척하여 왔다.
미국 독립 249년 어쩌면 새로운 미국을 잉태하기 위한 대혼란이 우리를 엄습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이 추구해왔던 가치가 부정되면서 유색인으로서 소수계로서 이민자로서 상당히 불안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렇지만 세상의 흐름을 읽고, 우리들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끊임없이 현실을 개척하기 위한 지략을 갈고 닦는다면, 이 시기도 미주 한인들에게는 빛나는 미래를 준비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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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시민참여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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