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례비 부담 안되게 가입
▶ 한인 커뮤니티 고령화 속 사망은 늘고 신규는 감소
▶ ‘영락’도 파산 여부 투표
한인 연장자들의 장례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회원제로 운영돼 온 ‘상조회’가 재정 악화로 인한 근본적 위기에 처했다. 한인사회 내 상조회들은 커뮤니티의 전반적 고령화 속에 특히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급증한 장례 건수와 신입 회원 감소 등이 맞물리며 재정난을 견디다 못해 대부분 해체되거나 유명무실해졌고, 대표적 상조회인 나성영락복지상조회(이하 영락상조회)조차 심각한 재정난으로 파산 기로에 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사회 특유의 상조회 시스템은 고령화 시대 속에 시간이 지날수록 가입자들의 비용 부담은 높고 정작 지원받는 장례비용은 적은데다, 탈퇴 시 그동안 납부한 비용을 돌려받지 못하는 등 구조적 문제점들이 쌓여왔다는 지적이다.
한인사회 상조회들이 처한 이같은 상황은 지난 1992년 나성영락교회가 설립해 가장 건실하다고 꼽히던 영락상조회의 최근 위기에서 부각되고 있다.
영락상조회 측은 지난 7일 회원들에게 발송한 안내문에서 재정난으로 인해 파산 위기에 처했음을 알리고 회원들에게 두 가지 선택안을 제시했다. 제1안은 ‘챕터 7’ 파산 신청으로, 사실상 상조회를 해체하고 남은 자산을 회비 납부 연수에 비례해 배분하는 방안이다. 이때 1인당 환급액은 700~800달러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제2안은 ‘챕터 11’ 파산보호 신청을 통해 운영을 지속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 경우 회비는 인상되고, 장례 지원금은 기존 1만5,000달러에서 5,000달러로 대폭 축소된다. 영락상조회 측은 안내문에서 “팬데믹 시기 한인 노인 사망이 급증하면서 장례 지원금 지출이 폭증했고, 회비 수입보다 지출이 훨씬 많아져 적자가 누적됐다”며 신규 회원 유입이 줄어든 것도 재정 악화를 가속화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파산이 현실화될 경우 회원들의 피해 규모가 500만 달러 이상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 가입자들 피해 우려상황이 이렇다 보니 회원들과 가족들도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소셜미디어 앱 ‘스레드’에서 한 회원 자녀는 “아버지가 가입하신 (영락) 상조회가 손을 든다고 한다. 챕터 7로 가면 1인당 700~800불 주고 끝내고, 챕터 11로 가면 회생 절차를 거쳐 정상화를 모색한다지만 비관적”이라고 전했다.
이어 “여기는 대형교회의 도움으로 지금까지 버텼지만 다른 상조회는 대부분 문을 닫았다. 팬데믹 때 사망자가 늘어 펀드가 고갈되고 불입액도 줄어 총체적 난국이다. 아버지는 수십 년간 거의 완납하셨을 텐데 다 날리게 생겼다. 가진 것 없이 돌아가시는 분들은 어쩌나”고 토로했다.
이 글에는 수십 개의 댓글이 달리며 논쟁이 벌어졌다. 일부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며 재정 구조의 한계를 지적했지만, 다수는 “부모님이 가입한 상조회가 일방적으로 문을 닫아 혜택을 못 받았다”며 “이건 남의 일이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교회가 단순히 설립 주체라는 이름만 걸고 발을 빼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영락상조회 측은 “상조회는 교회와는 별도의 법인”이라며 교회 차원의 재정 책임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구조적 위기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영락상조회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코로나 이후 미주 전역에서 한인 상조회들이 재정난에 빠지거나 파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장례 지원금은 그대로인데 회비 인상은 수년째 이뤄지지 않아, 고령화와 기대수명 연장으로 사망자가 늘수록 적자가 누적되는 구조다.
남가주에서는 과거 500명 이상 회원을 둔 상조회들이 5~6곳 있었지만, 이미 상당수가 문을 닫았다. 일부는 기금 고갈로 약정한 장례비용 지급조차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회원 탈퇴 시 납부한 금액을 전혀 환불하지 않는 규정에 대한 불만도 높았다.
■ 전망은영락상조회는 오는 20일까지 회원들의 서면 또는 대면 표결을 거쳐 두 안 중 하나를 확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어떤 선택을 하든 회원 피해는 불가피한 실정이다. 표결 이후에도 법적 대응 논란, 그리고 상조회 시스템 전반의 개혁 필요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한인사회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오랫동안 한인 시니어들의 ‘마지막 의지처’ 역할을 해온 상조회 시대가 사실상 저물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4일 본보는 영락상조회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오후 5시까지 응답을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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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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