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이었던가. 우크라이나 평화정착 방안을 놓고 트럼프와 푸틴이 알래스카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던 게. 한 달이 지난 현재 그 가능성은 오히려 점차 멀어져만 가고 있다.
수백, 수천 기의 미사일에, 드론이 쉴 새 없이 날아들고 있다. 수 주째 이어지는 러시아의 잔혹한 파상공세에 어린아이들도 희생되고 있다. 그 뿐이 아니다. 발트 3국, 폴란드 등에도 러시아 드론이 날아들자 이를 격추하는 등 자칫 나토(NATO)와의 충돌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우크라니아 전쟁의 조기휴전 가능성은 없는 것인가. ‘최소한 도네츠크지역을 완전 점령하기 전 까지 푸틴은 전쟁을 중단할 의사가 없는 것 같다.’ 포린 어페어스의 진단이다.
모스크바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아직도 ‘특별군사작전’으로 부르고 있다. 그리고 도네츠크가 그 중심인 돈바스지역의 러시아계 주민 해방이 이 특별군사작전의 목표라는 프레임도 여전하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다름이 아니다. 돈바스지역의 노른자라고 할까, 그 도네츠크주에 대해 푸틴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3년 7개월 동안 러시아는 루한스크, 도네츠크, 자포리지아, 헤르손 등 돈바스지역의 4개 주를 공략, 서둘러 러시아영토임을 선언했다. 그러나 완전 장악하지는 못했다. 도네츠크주의 경우 ‘요세 벨트’를 포함한 서부의 6600km²의 지역은 여전히 우크라이나가 관리하고 있다.
50km에 걸친 이 '요새 벨트‘는 돈바스 전쟁이후 우크라이나가 11년에 걸쳐 이 지대를 요새화한 결과다. 그런데다가 이 일대는 고지대여서 우크라이나 방어에 요충이 되고 있다.
이 정도의 부동산 획득(?)에 비해 러시아가 입은 손실은 실로 막대하다. 100만이상의 사상자를 낸 것부터가 그렇다. 이에 따른 푸틴의 정치적 부담은 여간 큰 게 아니다. 최소한 돈바스지역의 노른자인 도네츠크를 완전히 장악해야 그런대로 정치적 체면이 선다고 할까. 때문에 푸틴은 트럼프와의 대좌에서도 휴전조건으로 도네츠크 주의 완전 이양을 요구했던 것.
그러면 러시아군이 도네츠크를 포함한 돈바스지역의 이 4개 주를 완전히 장악하는 데에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 ‘4년 4개월 정도’라는 것이 나토관계자의 예상이다.
문제는 그 기간에 발생할 러시아군의 병력손실이다. 2025년 현재의 손실률을 감안 할 때, 193만, 그러니까 200만 가까운 전상자를 내게 된다는 것이다.
이미 100만이 넘는 병력을 잃었다. 그런데 얼마 안 되는 부동산 추가 장악을 위해 또 다시 그 두 배에 가까운 병력 손실을 치른다. 아무리 인명을 가볍게 여기는 러시아라고 하지만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더더구나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의 재무장이 궤도에 진입하면서 우크라이나지원은 보다 활발히 이루어질 전망이다. 그런 마당에.
이 도네츠크 스토리는 무엇을 말하고 있나. ‘큰 그림으로 볼 때 러시아는 전쟁에서 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트랜틱지의 진단이다. 그러니까 막대한 피해를 감수하고 돈바스지역을 완전 점령해도 그 승리는 ‘피로스의 승리(Pyrrhic victory-너무나 막대한 희생을 초래하여 사실상 패배나 다름없는 승리)’에 다름이 없다는 거다.
강박증에라도 걸린 듯 우크라이나에 ‘올인’하면서 그 대가로 러시아는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
코카서스. 중동, 아프리카지역에서 급격히 영향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 유럽에서 입은 전략적 손실은 치명적이다.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했다. 재무장과 함께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의 우크라이나 지원의지는 날로 확고해지고 있다. 러시아로서는 머지않아 ‘미국에 버금가는 제 2의 군사 초강’과 직접적으로 전선을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국내 사정은 전시경제로 인해 소련제국 말기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
이런 정황에서 날로 높아가고 있는 것은 푸틴체제 붕괴, 더 나가 러시아연방와해 가능성에 대한 경고의 소리다.
‘푸틴은 전쟁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다. 그 결과 그의 정치적 생존은 물론이고 육체적 생존도 전쟁의 결말에 달리게 됐다. 전상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하고 경제가 결딴이 나든 말든, 이제는 물불을 가릴 겨를이 없다.’ 의회 전문지 더 힐의 지적이다.
그 푸틴을 러시아의 엘리트들은 불안한 시선으로 주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러시아인가, 푸틴인가. 엘리트계층의 선택은 한 쪽으로 점차 좁혀지고 있다. 푸틴이 아닌….
‘전쟁패배, 경제파탄, 국가분열. 이 세 가지 공포가 동시에 러시아 관리사회를 짓누르고 있다. 전쟁의 장기화는 경제를 고갈시킨다. 이는 체제에 심한 압력으로 작용, 사회의 많은 영역을 반(反)크렘린으로 돌아서게 하고 있다.’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지적으로 1차 세계대전 직후, 냉전종식 후 등에 일어난 상황의 재현 가능성에 대한 공포감이 만연해 있다는 거다.
더 충격적인 와일드 시나리오는 중국군의 시베리아 점령 가능성이다. 대만침공은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 실패하면 중국 공산당 체제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 때문에 베이징은 대만 대신 시베리아 점령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 더 힐의 또 다른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모든 병력과 장비를 소진했다. 그 결과 600만 평방킬로미터에 달하는 시베리아지역은 무방비 상태에 놓여있다. 그 시베리아는 중국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 다시 말해 에너지, 희토류 등 광물자원, 그리고 풍부한 수자원의 보고다. 그러니….
이런 저런 점 등을 감안할 때 오는 2027년 시진핑은 남진(南進)이 아닌 북벌(北伐)을 감행할 수도 있다는 거다. 과연 그런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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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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