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로스 동맹은 본래 숭고한 목표에서 출발했다. 페르시아의 침략이라는 공동의 위협에 맞서 그리스 폴리스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군사 연합체가 바로 그것이다. 아테네는 이 동맹의 맹주로서 그리스 세계를 구원한 영웅이었고, 이 연합의 중심축을 맡았다.
그러나 페르시아의 위협이 사라지자, 아테네는 이 동맹을 자신들의 패권(Hegemony)을 유지하고 확장하는 도구로 변질시켰다.
동맹국들이 군함 대신 납부하던 공납금은 아테네의 국고로 흘러 들어갔고, 이 돈은 아테네 시민들의 생계와 파르테논 신전을 짓는 대규모 건축 사업에 사용되며 아테네의 황금기를 뒷받침했다.
동맹의 금고가 델로스 섬에서 아테네로 옮겨진 사건은 동맹이 아테네 제국으로 공식적으로 선포된 것과 다름없다.
아테네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동맹국들의 탈퇴는 곧 배신으로 간주되었고, 이를 시도하는 도시국가들은 무력으로 진압당했다.
아테네는 동맹국들의 재판권까지 장악하며 내정을 간섭했고, 스스로 민주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하면서도 동맹국들에게는 지배자의 모습만을 보였다.
결국, 아테네의 이러한 제국주의적 오만은 그리스 세계의 힘의 균형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아테네의 팽창과 지배에 대한 동맹국들의 불만과 공포는 스파르타를 중심으로 한 펠로폰네소스 동맹을 더욱 결속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델로스 동맹에 속했던 수많은 도시국가들이 아테네의 압제로부터 벗어나고자 펠로폰네소스 동맹 쪽으로 이탈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투키디데스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지적했듯이, 이 전쟁의 근본 원인은 스파르타의 힘이 강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아테네의 팽창에 대한 스파르타와 도시국가들의 공포 때문이었다.
현대 민주주의의 종주국인 미국이 동맹국들에게 가혹한 무역 관세를 부과하는 현상은 아테네가 동맹국들을 속국처럼 대했던 모습과 유사한 패권적 이기주의의 발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자유무역을 근간으로 하는 전후 국제 질서의 창시자이자 수호자였던 미국의 역할에서 크게 벗어난 행보다.
동맹국들은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 있었기에 경제적으로도 협력했지만, 미국의 일방적 관세는 동맹 관계를 '안보 대가'를 요구하는 거래 관계로 격하시켰다. 이는 장기적으로 동맹 네트워크를 약화시켜 미국의 전 세계적 영향력을 스스로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아테네의 전횡이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촉발했듯,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될수록 동맹 시스템은 불안정해지고, 결국 미국의 패권 약화와 함께 글로벌 질서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아테네의 역사는 우리에게 강력한 교훈을 남긴다. 공동의 이익을 위한 연합이 개인의 이익과 패권으로 변질될 때, 그 힘은 외부에 맞서는 방패가 아니라 내부를 붕괴시키는 독이 된다는 사실이다.
아테네가 스스로 쌓아 올린 제국주의적 오만과 폭력은 결국 주변국들의 공포와 분노를 불러왔고, 이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의 처참한 패배와 함께 아테네의 몰락을 필연적으로 만들었다. 지속 가능한 리더십은 공포가 아닌 존중에서 나온다. 이 역사는 오늘날까지도 유효한 진리다.
역사속 아테네의 시민들은 아테네의 몰락을 막지 못했다. 그렇지만 미국의 시민들이 아테네의 역사적 교훈을 이해 한다면 분명히 방법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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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찬/시민참여센터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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