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상자 텅 빈 새집이 장대위에서 반짝인다
감이 익어가고 고추가 새빨갛게 매달렸다
작은 물레방아 돌고있는 연못에서는
금빛, 분홍색 물고기들이 새끼들을 데리고 먹이를 쫓는다
토란 잎사귀가 부채처럼 줄을 선 가을이 한창인데
알이 부화되고 새끼가 자라자 떠난 제비들이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고
농부는 기다린다
제비들은 먼 바다와 산을 지나
지금 남아메리카 아마존 강변에서 살고 있겠지만
그는 봄이 오면 돌아올 것을 믿고
뒷마당에 높이 세운 텅 빈 새집들을 가리킨다
구멍이 뚫린 나무상자들로 된 새들의 마을이다
이국(異國)땅 역경(逆境)속에서 오늘을 살면서
퍼플 마틴들의 습성과 위험을 알게된 그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지혜와 열정으로
나무를 깎고 다듬어서 새집을 높이 세웠다
남기고 간 마른 풀과 깃털을 청소하기 위하여
기둥에 연결된 쇠줄이 삐꺽거리는 핸들을
단련된 손과 팔로 힘차게 돌리고 있다
“이 보라색 제비들은 우리의 도움이 없으면 멸종해요. 온 세상이 살충제로 오염되어 새들의 먹이가 줄었어요. 날면서 물도 마시고 날아다니는 곤충만을 먹는 새들입니다. 땅에 앉는 일이 없어요. 먹이를 새집에 넣어줄 필요는 없지만 넓은 뜰에 이렇게 깨끗한 삶터를 높이 만들어 주면 마을을 이루고 살수 있어요.”
그가 외치며 다시 올리는 새집마을 속에는
고향집 처마밑으로 봄이면 찾아오던 제비들의 추억과
아련하고 아팠던 인연들이
세상 살이의 기쁨과 상처가 다 들어있다
하얀 뭉게구름의 보드라운 스침과 바다의 파도소리가
목숨을 받고 태어난 생명들의 숨소리가 들어있다
새집을 우러러 올려다보는
우리의 가을 하늘이 가득히 들어있다
<
서윤석 워싱턴문인회 전 미주서울의대총동창회장, VA>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