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서대문 형무소 여옥사 8호실. 유관순을 비롯한 일곱 명의 여성 독립운동가가 진흙빛 수의를 입은 채, 차가운 바닥 위에 두 무릎을 꿇었다.
“하느님께 기도할 때 피눈물로 기도했네 / 대한이 살았다 대한이 살았다 / 산천이 동하고 바다가 끓는다 / 에헤이 데헤이 에헤이 데헤이…”
그들의 절규는 폭력과 절망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인간의 존엄, 그리고 독립국가의 주권 회복을 향한 불굴의 염원이었다.
원래의 곡조는 사라졌지만, 한세기가 지난 2019년 3.1절을 맞아 음악감독 정재일이 새로 곡을 붙이며 ‘대한이 살았다’는 다시 세상에 울려 퍼졌다. 가수 박정현의 목소리와 피겨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연아의 내레이션은 그날의 눈물과 신념을 되살렸다.
그리고 2025년 오늘, 그 노래의 메아리가 다시 들려온다. 내란의 상처를 딛고 탄생한 국민주권 정부는 혼돈의 시대를 지나 민주주의의 원점을 회복했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문장이 다시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국민주권 정부의 출범은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니라, 무너진 신뢰와 정의를 국민의 손으로 복원하려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이 국민적 회복의 흐름은 외교와 경제의 무대에서도 빛을 발했다. 수개월간 교착상태에 빠졌던 한미 관세협정이 우여곡절 끝에 극적으로 타결된 것이 그 상징적 결과다. 한국은 냉철한 실리 외교와 일관된 원칙으로 미국을 설득했고, 국제무대에서 한층 성숙한 협상력을 보여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협상을 “가장 성공적인 모델”이라 평가하며 한국의 협상력을 높이 인정했다. 이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는 정부가 보여주는 실력의 증명이었다.
이어 열린 APEC 정상회의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세계에 각인시킨 무대였다. 분열과 갈등을 넘어 국민주권을 회복한 나라가 어떻게 다시 신뢰를 세우는지를 전 세계가 목도했다. 포용과 연대, 상생의 철학을 담아 민주주의의 본질을 다시 일깨웠다. 대한민국은 힘의 외교가 아닌 신뢰의 외교를 선보였고, 이는 군사력이나 경제규모가 아닌 국민의 참여와 정당성이 만들어낸 외교적 자신감이었다.
이 모든 성취의 근원에는 국민의 피눈물이 있었다. 내란과 혼란의 시기를 견디며 민주주의를 다시 세운 것은 국민의 인내와 참여였다. 그 피눈물의 기도가 오늘의 회복을 낳았다. 서대문 형무소의 어둠 속에서 숨죽여 읊조리던 “대한이 살았다”의 울림이, 광화문 광장에서 터져 나온 “국민이 이겼다”는 함성으로 이어진 것이다.
“산천이 동하고 바다가 끓는다.”
노래 속 구절처럼 오늘의 대한민국은 다시 움직이고 있다. 경제와 외교가 활력을 되찾고, 시민의 목소리가 정치의 중심으로 돌아왔다. ‘대한이 살았다’는 이제 과거 독립운동가만의 노래가 아니다. 오늘의 대한민국, 오늘의 국민이 함께 부르고 싶은 민주공화국의 찬가다.
그 노래는 우리에게 묻는다. “국민이 곧 주인인 대한은 정말 부활하는가?” 우리는 아직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다. “아직은… 아직은.” 12.3 내란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에 맞서 일부 극우세력의 저항은 현재 진행형이고,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리려는 과정에서 파열음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란 재판 1심 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예상되는 2026년 꽃피는 새 봄엔 “대한이 다시 살았다. 대한이 다시 살았다. 에헤이 데헤이 에헤이 데헤이…”를 목청 높여 부를 수 있기를 소망한다. ‘대한이 살았다’는 외침이 다시 현실의 언어로 온전히 부활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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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부국장대우·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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