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주거비 부담 줄일 것’
▶ 월상환금 줄지만 총 이자는↑
▶ 주택 자산 축적 오래 걸려

트럼프 대통령이 서민의 주거비 절감을 목표로 50년 만기 모기지 도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택 구입 부담을 낮추기 위해 ‘50년 만기 모기지 대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만기를 연장하면 월 페이먼트 상환 부담을 낮출 수는 있지만, 이자 부담 증가와 자산 형성 지연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 트럼프, ‘서민 주거비 부담 줄일 것’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SNS 플랫폼 트루스 소셜에 ‘50년 모기지의 창안자’라는 문구가 담긴 이미지를 올렸다. 해당 이미지에는 대공황 시절 최초로 고정금리 모기지를 도입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사진도 함께 등장했다.
‘연방주택금융국’(FHFA)의 빌 풀트 국장은 X(옛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이 도입을 추진하는 50년 모기지가 주택 시장 판도를 완전히 바꿀 것”이라는 반응을 올렸다. 백악관 관계자도 온라인부동산정보업체 리얼터닷컴에 “50년 만기 모기지는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줄일 새로운 정책으로 공식적인 사항은 백악관을 통해 발표될 것”이라고 50년 만기 모기지 추진을 공식 인정했다.
▲ 주택 자산 축적 오래 걸려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에 따르면 50년 만기 대출은 기존 30년 대출보다 월 상환금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지만, 대출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총이자 부담이 크게 늘고 주택 자산(에쿼티) 형성 속도도 대폭 느려진다. 리얼터닷컴의 조엘 버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50년 만기 모기지는 월 상환 부담을 낮춰 정체된 주택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라며 “그러나 30년 대출에 비해 이자 부담이 거의 두 배로 늘고, 주택 자산 형성에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주택 공급 확대 없이 수요만 자극할 경우, 오히려 주택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월 상환 절감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로런스 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50년 모기지는 월 상환금 절감 효과가 크지 않은 반면,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라며 “원금 절반을 상환하는 데만 약 40년이 걸려 대부분의 대출자가 대출 말기에 이르러서야 의미 있는 자산을 쌓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연방법상 ‘적격 모기지’(QM) 규정에 따라 50년 만기 고정금리 대출이 허용되지 않는다. 제도 시행을 위해서는 의회의 입법 절차가 필요하다.
▲ 월 상환금 줄지만 총이자 부담 ‘두 배’50년 만기 모기지 대출이 도입될 경우 월 상환 부담은 다소 줄어들겠지만, 대출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금리가 더 높고 총이자 부담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버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대출 기간이 길수록 금융기관이 그만큼의 보상을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높은 이자율이 적용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국영모기지 보증기관 프레디맥에 따르면 15년 만기 모기지의 평균 금리는 5.5%, 30년 만기 대출은 6.22%였다. (11월 6일 기준) 현재 50년 만기 고정금리 대출 상품은 없기 때문에 비교 수치는 없지만, 대출 전문가들은 50년 모기지 금리가 30년 대출보다 높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30년 만기와 50년 만기 이자율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경우, 40만 달러 주택을 구입하면서 10%의 운페이먼트를 내고 연 6.25% 이자율로 모기지 대출을 받을 때, 50년 모기지는 30년 대출에 비해 월 상환금이 약 250달러 낮아진다. 그러나 총이자 부담은 50년 대출이 81만6,396달러, 30년 대출이 43만8,156달러로, 무려 37만8,240달러(약 86%)나 더 많다. 버너 이코노미스트는 “대출 기간이 길어지면 주택 구입 비용을 장기간에 걸쳐 나눠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출기관 입장에서는 더 오랫동안 이자를 받을 수 있어 이익이 커진다”라고 설명했다.
50년 만기 대출의 주택 자산 형성 속도도 상당히 느리다. 10년 동안 같은 주택을 보유했을 때, 30년 대출의 경우 주택 순자산인 에쿼티 비율이 약 24% 수준에 이르지만, 50년 대출은 14%에 불과하다. NAR의 로런스 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50년 모기지는 월 상환금을 낮춰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어 일부의 경우 임대보다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라면서도 “다만 주택 가치가 상승하면 재융자나 매각을 통해 전략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또 “장기 대출이 주택구입 여력을 높일 수는 있지만, 현재의 주거비 부담 문제의 근본 원인은 중·저가 주택의 공급 부족에 있다”라고 지적했다.

50년 만기 모기지가 시행될 경우 월 상환금을 줄지만 총 이자비용이 크게 늘어나는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 [로이터]
▲ 집값 더 올릴 수도일부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50년 만기 모기지 대출이 오히려 주택 가격을 끌어올려 서민 주거비 부담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버너 이코노미스트는 “대출 기간이 늘어나면 월 상환금이 줄어드는 만큼, 같은 소득으로 더 비싼 주택을 구입할 수 있게 돼 결과적으로 주택 수요를 자극하게 된다”라며 “공급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수요만 늘어나면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50년 만기 대출의 목적은 최근 몇 년간 6%대 고금리로 위축된 주택 구매 수요를 회복시키려는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장기 대출이 주택 수요에 대한 보조금 역할을 하게 돼 구매력을 높이지만 주택 공급이 늘지 않는 한 주택 가격 상승을 부추기게 된다고 지적한다. NAR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국 단독주택의 중간 가격은 42만6,800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6% 상승하며 사상 최고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50년 모기지는 주택구입 부담을 해결하는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라며 “정부가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을 완화해 기존 모기지 이자율을 낮추고, 주택 건설을 장려해 공급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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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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