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흐름을 바꾸고, 흐름이 건강을 만든다
한의학에서 건강은 단순히 지금 당장 내 몸에 병이 없는 상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몸속 기(氣)의 흐름이 자연스럽고 균형 있게 움직이며, 장부의 기능이 조화롭게 유지되는 상태, 그래서 질병에 대한 저항성과 회복력을 함께 갖추고 있는 상태가 한의학에서 말하는 ‘건강함’의 정의이다.
하지만 분노, 걱정, 두려움, 놀람 같은 감정은 이 흐름을 흔들어놓는다. 이러한 흐름의 왜곡이 쌓이면 결국 장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다양한 질병에 대한 저항성과 회복력을 상실하게 된다.
그렇다면 반대로, 몸의 에너지가 가장 자연스럽게 흐르고, 자연치유력이 최고로 발휘되는 상태는 어떤 모습일까? 이 질문에 대한 한의학의 해답이 바로 수승화강(水昇火降)이라는 개념이다.
자연의 원리와 닮은 건강한 몸의 순환
수승화강을 직역하면 ‘물의 기운은 위로 올라가고, 불의 기운은 아래로 내려간다’는 뜻이다. 태양(불)이 바다(물)를 데우면 물은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된다. 구름은 비가 되어 땅을 적시며 생태계에 생명을 공급한다. 이 순환이 잘 되는 곳일수록 생명체가 늘어난다.
우리 몸도 이와 같다. 심장(心)의 불 기운은 늘 뜨거워 위로 뜨기 쉽다. 하지만 이 뜨거운 기운이 아래로 내려와야만 차가운 아랫배, 특히 생식기와 신장(腎)이 따뜻해져 소화력과 생식 능력을 끌어 올리고 면역력도 강화가 된다. 반대로 신장(腎)의 물 기운은 차갑기에 늘 아래로 흐르려 한다. 그렇지만 우리 몸이 이 차가운 기운을 위로 끌어올려 과열되기 쉬운 심장과 머리를 식혀주니 비로서 머리가 맑아지고 집중력도 좋아지는 것이다.
이렇게 두 가지 흐름이 균형을 이루는 상태가 바로 두한족열(頭寒足熱), 즉 머리는 시원하고 발은 따뜻한 한의학에서 말하는 이상적 건강 상태이다. 이때 혈액순환과 면역 기능은 가장 활발해지고 자연치유력도 최고로 발휘된다.
흐름이 깨지면 나타나는 ‘상열하한(上熱下寒)’
하지만 현대인의 몸은 이 순환이 자주 거꾸로 흐른다. 스트레스, 스마트폰 사용,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업무, 움직임 부족은 뜨거운 기운을 끊임없이 머리 쪽으로 몰아 올리고, 그 결과 ‘상열(上熱)’이 생긴다.
상열이 되면, 머리는 뜨겁고 무겁고, 붉어지고, 입이 마르고, 잠을 자려고 누우면 머릿속이 복잡해서 밤새 뒤척이게 된다. 눈이 건조해지고, 두통이 잦아지며, 얼굴에 열이 올라 쉽게 화가 난다.
반대로 불 기운이 내려가지 못해 생기는 ‘하한(下寒)’은 아랫배가 차갑고 소화가 잘 안되며 손발이 늘 시린 상태를 만든다. 신장 기능이 떨어지고 배뇨가 잦아지거나 허리가 시큰거리는 증상도 나타난다. 여성은 생리통, 생리불순이 심해지기도 한다.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고혈압, 불면증, 위장병, 만성 피로, 화병 등 여러 만성질환의 뿌리가 된다.
수승화강을 회복하려면
첫째는 호흡이다. 배가 움직일 정도로 천천히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길게 내쉬는 복식호흡은 뜬 열을 아래로 끌어내리는 가장 간단한 치료법이다. 호흡이 깊어질수록 횡격막이 부드럽게 움직여 가슴의 긴장이 풀리고, 심장의 뜨거운 기운이 단전으로 내려간다. 한의학적으로는 이를 ‘강화(降火)’, 즉 불을 내린다고 표현한다.
다음은 몸의 움직임이다. 하체는 우리 몸의 기운을 끌어올리는 펌프 역할을 하기에, 걷기만 해도 다리 근육이 수축하면서 하체에 정체된 혈액이 위로 올라간다. 그래서 스쿼트나 가벼운 등산 역시 신장의 물 기운을 위로 보내 심장과 머리를 식혀주는데 효과적이다. 이를 ‘승수(昇水)’, 즉 물이 오른다고 표현한다.
마지막은 몸과 마음의 휴식이다. 생각이 많아지면 머리에 열이 쌓인다. 그럴 땐 잠시 눈을 감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멍’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머리 열이 내려간다. 또한, 족욕이나 반신욕으로 발과 아랫배를 따뜻하게 해주면 몸은 자연스럽게 ‘두한족열’의 상태를 기억해내고 원래의 순환으로 돌아가려 한다.
문의 (703)942-8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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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윤 예담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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