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구로구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만난 한승규 성형외과 교수가 당뇨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발에 생긴 작은 물집 하나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페르시아 의학자 이븐 시나가 문헌에 기록한 이래 1,000년 넘게 인류를 괴롭혀온 ‘당뇨병성 족부궤양(당뇨발)’ 때문이다. 당뇨발로 발을 절단한 환자의 5년 내 사망률은 약 50%로, 암보다 높다.
26년째 당뇨발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한승규 고려대 구로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당뇨발은 단순한 피부 문제가 아니라 혈관·신경·감염이 복합적으로 얽혀 생명을 위협하는 전신 합병증”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당뇨발은 경증 질환으로 분류돼 있다. 여러 진료과의 협진이 필수인데도, 응급·중증 환자 중심으로 재편되는 정부의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여파로 당뇨발 환자들이 제대로 진료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그는 우려했다. 최근 책 ‘당뇨발의 비밀’을 출간한 한 교수를 지난달 24일 서울 구로구에 있는 병원에서 만났다.
-당뇨발이 암보다 무서운 병이라고 하셨습니다.“당뇨발은 신경 손상으로 인한 감각 이상부터 염증, 절단까지 중증도가 광범위합니다. 당뇨병 환자에게서 발생하는 모든 발 문제를 당뇨발이라 보면 돼요. 당뇨발이 무서운 건 높은 혈당 탓에 신경이 무뎌지고, 상처가 난 줄 모른 채 방치하다가 절단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예요.
종아리 근육은 걸을 때마다 수축·이완을 반복하며 혈액을 심장으로 올려 보내는 ‘제2의 심장’ 역할을 하는데, 발을 절단하면 혈액순환에도 이상이 생겨 심혈관계 질환이 나타날 수 있어요.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도 앓게 되고요. 그래서 당뇨발로 절단 수술을 받은 환자의 5년 내 사망률은 약 50%에 달합니다. 일반적인 암 환자의 5년 평균 사망률(약 25~30%)보다 훨씬 높은 수치예요.”
-왜 그렇게 사망률이 높습니까.“당뇨병을 오래 앓거나, 혈당 관리가 안 되면 혈관과 신경이 망가져요. 통증이나 온도 등을 잘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됩니다. 아파도 못 느끼고, 상처가 생겨도 모르는 상황이 되는 거예요. 꽉 끼는 신발을 신거나 무리해서 많이 걷다가 상처가 생겼는데, 전혀 모르고 지내다 궤양이 생기고 세균에 감염된 후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뇨병 환자의 약 30%가 합병증으로 당뇨발을 겪는다고 하니 환자는 늘 수밖에 없어요. 당뇨발 환자의 5명 중 1명은 발을 절단합니다.”
-초기 신호는 어떤 게 있습니까.“당뇨발의 가장 큰 문제점이 혈액순환 저하와 감각 이상이거든요. 상처가 없더라도 발의 피부색이 하얗거나 보라색으로 변한다면 당뇨발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혈액순환에 이상이 있다는 얘기니까요. 그래서 눈으로 발의 피부색에 변화가 없는지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각 이상은 두 갈래로 나뉘어요. 당뇨발 환자의 3분의 2는 발에 감각이 떨어진 상태지만, 나머지는 오히려 감각이 더 예민해지기도 합니다.”
-치료가 까다로운 이유는 무엇입니까.“당뇨발은 단일 질병이라기보다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병이기 때문이에요. 혈관이 망가진 경우, 신경이 손상된 경우, 감염이 주원인인 경우, 혹은 이 모든 게 복합된 경우 등 종류가 다양합니다. 발에 이상이 생겼는데 사람마다 원인이 다 다를 수 있으니 의사 입장에선 원인을 찾는 게 쉽지 않죠. 혈관 문제로 질환이 생겼는데 다른 원인에 따른 치료법을 쓰다가 병세가 악화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치료도 성형외과와 혈관외과, 정형외과, 내분비내과, 재활의학과 등 여러 과가 협력하는 다학제 접근이 필수예요. 원인이 혈관성인지, 신경성인지, 감염 문제인지 등을 판단해 맞춤 치료를 해야 합니다. 혈관이 막힌 환자는 스텐트로 혈관을 뚫고, 신경이 망가진 게 원인이라면 걸을 때 신경이 눌리지 않게 신발에 구멍을 뚫는 식으로요.”
-당뇨병 환자는 발에 상처가 나면 바로 병원에 가야 합니까.“상처가 생겼다고 곧장 큰 병원을 방문할 필요는 없고, ‘2주 챌린지’를 기억하면 좋습니다. 집 근처 병원에서 치료받은 후 경과를 지켜보되, 그 기간을 2주 넘기지 말라는 뜻입니다. 가벼운 상처라면 2주 안에 충분히 호전될 수 있습니다. 2주가 지나도 상처가 아물지 않거나, 오히려 더 나빠진다면 지체 없이 큰 병원에 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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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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