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과 설렘 가운데 새해를 맞았다. 새해 아침이 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삼가는 마음으로 옷깃을 여미고, 감사의 마음으로 공손히 두 손을 모으며, 서로의 복(福)을 빌어준다. 마음을 새롭게 하고, 새해의 계획을 세우며, 마음에 희망을 심는다.
새해맞이 인사말들은 대개 ‘새로움(新, new)’을 포함한다. 옛것을 없애고 새것을 펼친다는 제구포신(除舊布新)이나, 낡은것을 보내고 새것을 맞이한다는 송구영신(送舊迎新)이나, 옛것은 버리고 새것을 따른다는 사구종신(舍舊從新)의 인사말 등이 그러하다. 모두 지난 잘못을 돌아보고, 옛것이나 낡은 것은 떠나보내고, 새것을 맞이하겠다는 ‘새로움’의 갈망을 담고있다.
새해를 맞으면 누구나 ‘새로움’을 마음에 담는다. 새마음이다. 새로움, 새마음이 나오는 자리는 어디인가? 어떤 이들은 새해 첫날 장엄하게 떠오르는 아침 해를 바라보며 새로움을 찾는다. 종교인들은 자신의 종교 방식에 따라 기도와 명상, 예배를 통하여 새해 새로움을 찾는다. 기독교는 우주 곧 삼라만상을 ‘비롯’(創)하게 하신, 하느님이 모든 ‘새로움’의 근원이라 말씀한다.
새해 첫날 새마음을 받아 담담(淡淡)하고 잠잠(潛潛)히 전해주는 시인들이 고맙다. 한 시인은 비록 험난 각박한 세상이지만, 새해를 기쁨과 희망으로 살자 한다.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김종길, 설날 아침에) 어떤 시인은 새해에 부끄럽지 않은 마음을 빈다. “… 새해가 오면 끝까지, 부끄럽지 않게 해주소서. 아이들과 꽃, 구름과 별, 풀과 나무, 착한 짐승들에게.”(나해철, 새해가 오면)
새해 ‘새로움’의 소리를 들어야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자리가 있다. 지금 여기, 우리 삶의 자리이다. 사고 파는 일들이, 웃음과 울음이, 아름다운 노래와 거친 소란이 함께 있는 일상의 자리다. 미움과 갈등, 폭력과 전쟁이 그치지 않는, 어리석음과 눈물과 고통이 마르지 않는 자리다. 죽은 고래의 배에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가득 나오는 인간의 탐욕과 무정이 드러나는 자리다. 어떤게 선(善)이고 악(惡)인지, 무엇이 정의(正義)이고 불의(不義)인지 뒤섞여 있어 서로 시비(是非)가 멈추지 않는 혼동(混同)의 자리다. 마음 열고, 귀 기울여 새로움을 들어야 할 자리다.
이미 엎지른 자신의 허물과 과오(過誤)의 경험들, 이미 지나간 역사, 선인(先人)들의 삶 등 이미 지나간 모든 것들 역시 새로움을 찾아야 할 자리이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의미가 그러하다. 이미 속절없이 지나가 버린 모든 것들에서 ‘새로움’의 일렁임을 찾아야 한다.
마음의 준비나 숙고의 겨를도 없이 급작하게 AI(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하였다. 피지컬 AI 로봇은 이제 경탄을 넘어 두려움을 느끼게까지 한다. 몇년 안에 우리의 삶과 사회의 제도와 전통적 가치를 일시에 바꾸어 버릴지 모른다는 불안 가운데 새해를 맞는다. 닥쳐올 어마하게 낯선 시대를 내다보며, 기대와 설렘 보다는 불안감이 가득하다. 사회와 시대의 존망(存亡)을 걸고‘새로움’을 찾아야 할 자리다.
모든 새로움은 밑동(本)에서 나온다. 마치 새싹이 땅에서 나와 꽃을 피우고, 새가지가 그루터기에서 나와 열매를 맺는 것과 같다. 새로움의 밑동은 우리 삶의 자리이다. 새로움은 과거의 잘못이나 실패에 대한 성찰, 모든 사람을 내몸처럼 여겨 사랑하는 마음, 절대자(하느님)에 대한 공경심, 역사에 대해 현재와 미래에 대해 책임적 자세로 진지하게 묻고 배우는 마음에서 나온다.
예수께서 말씀하신, 진리의 말씀과 성령에서 나오는(요한3:3) 경천애인(敬天愛人)의 하늘을 담은 마음이 새마음이다. 참사람(君子)은 사람들이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이루어 가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라는, 공자의 군자성인지미(君子成人之美)의 마음이 새마음일 것이다. <맹자>에 나오는, 소체(小體) 곧 일신의 안위와 욕망을 따라 살지 않고, 세상 모두를 마음에 품고 하늘의 큰 곧 대체(大體)를 따라 사는 대인(大人)의 마음이 새마음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새해, 새마음이란 누구도 경험 못한 낯선 시대 앞에서, ‘인간다움을 잃지 않고 서로가 서로에게 묻고 배우고 사랑하며’ 함께 미지의 바다를 건너가자는 열린 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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