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면 스키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한국과 미국의 스키 문화 차이는 늘 흥미로운 이야기 거리다. 같은 장비를 신고 같은 눈 위를 달리지만, 두 나라가 스키를 대하는 태도는 제법 다르다.
눈밭은 아이와 부모에게 때로는 작은 전쟁터가 되고, 또 때로는 가장 즐거운 놀이터가 된다. 아이를 가르치는 방식만 살펴봐도 두 나라의 차이는 분명하다. 마치 김치찌개와 맥앤치즈만큼이나 결이 다르다.
장비에서도 두 문화의 성향이 드러난다. 한국에서는 보호장비와 웨어의 디자인이 일종의 자기소개서 역할을 한다. 최신 트렌드가 빠르게 반영되며, 부츠 피팅은 거의 과학의 영역에 가깝다. 반면 미국에서는 장비의 연식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기본 장비는 실용적인 조합이 중심이며, 자연 속에서 제 역할을 해주는 도구에 가깝다. 그럼에도 공통점이 있다. 핫초코는 양국 모두에게 신성한 존재다.
한국 스키장에서 아이의 첫 스키는 자연스럽게 ‘교육’으로 이어진다. 부모는 코치이자 심판, 응원단의 역할을 동시에 맡는다. 아이가 스키를 타는 속도보다 아빠의 목소리, “무릎 굽혀! 상체 숙여!”가 더 빠르다. 엄마는 핫팩과 김밥, 핫초코를 챙기는 보급 담당이다. 점심시간은 짧고, 결론은 늘 같다. “한 번이라도 더 타자.”
반면 미국 가족은 각자에게 맞는 속도로 움직인다. 아이들은 파크에서 점프와 레일에 도전하고, 부모는 각자의 리듬으로 슬로프를 즐긴다. 함께 왔지만 반드시 함께 움직일 필요는 없다. 오후가 돼서야 “어땠어?”라는 질문이 오간다. 부모는 관찰자이자 사진작가, 때로는 응원단장이 된다. 잘 탔는지보다 재미있었는지가 더 중요하다.
한국의 부모는 조금 다르다. 아이의 안전과 실력 향상을 직접 책임지려는 경향이 강하다. 리프트 위는 즉석 교실이 되고, 슬로프 옆은 자세 교정의 현장이 된다. 그 덕분에 아이들은 짧은 시간 안에 눈에 띄는 성장을 보인다. 다만 그 열정만큼 아이의 부담도 함께 커질 수 있다.
이 차이는 레슨 문화에서도 이어진다. 미국에서는 아이가 스키를 배울때 스키 학교가 중심 역할을 한다. 또래 아이들이 한 조가 되어 하루를 함께 보낸다. 실력보다 관계가 먼저 쌓이고, 스키는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반면 한국에서는 개인 레슨이 일반적이다. 짧은 시간에 분명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성취도 역시 높다. 대신 스키가 ‘함께 노는 시간’보다는 ‘관리받는 시간’으로 인식되기 쉽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서로 다른 모습의 스키어가 된다. 미국에서는 성인이 되어서도 스키장을 찾는 사람이 많다. 스키는 여전히 친구를 만나고 하루를 보내는 하나의 이유다. 반면 한국에서는 학창 시절 스키를 배운 이들 가운데 성인이 되어 슬로프를 떠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재미보다는 훈련의 기억이 더 또렷하게 남아서다.
결국 이는 스키 실력의 차이라기보다, 스키를 기억하는 방식의 차이다. 한쪽은 “그래도 다시 타고 싶다”는 기억을 남기고, 다른 한쪽은 “한때는 열심히 탔었다”는 추억을 남긴다. 그리고 그 작은 기억의 차이가, 곧 스키 인구의 미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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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의/미동부한인스키협회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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